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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이끈 형제애…/김원형씨 「귀순드라마」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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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이끈 형제애…/김원형씨 「귀순드라마」 뒷얘기

입력
1997.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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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쌍둥이동생이 막후 연출/1·4후퇴때 생이별… 91,92년 두번 방북 상봉/서울 생존 사촌형 “3월 원형이와 통화때 직감”/맏형 윤형씨는 탈출못해태평양을 넘나든 뜨거운 형제애가 김원형(57)―안선국(47)씨 가족 14명의 탈북을 성사시켰다. 김씨의 쌍둥이동생 인형(57·주류업·미국 뉴욕 거주)씨는 탈북자금을 지원하고 탈북계획을 수립한, 원형씨와 안씨 일가족 탈북드라마의 연출자였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원형씨의 사촌형 일형(62·개인택시운전사)씨는 3월24일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북한의 원형씨가 중국 단둥(단동)에서 동생 인형씨를 만난 뒤 전화를 건 것이다. 목소리 상봉의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북한에 돌아가야 한다. 아직 돈이 안돼 다음에 완전히 계획을 세워 움직여야겠다』는 말을 듣고 일형씨는 탈북을 직감했다.

일형씨에 따르면 서울대 미대를 졸업, 숭의여고 교사였던 인형씨가 82년 이민한 뒤 형 윤형(62·평남 숙천군) 원형씨의 북한 생존사실을 알게 된 것은 90년께. 인형씨는 91, 92년 2차례 어머니 차순덕(82·미국 뉴욕 거주)씨를 모시고 방북해 원형씨를 만난 뒤 형을 탈출시키기로 결심, 중국을 오가며 사전답사까지 했다. 인형씨는 95년 재중동포 보따리장사를 통해 원형씨에게 『단둥에서 연락을 취하자』고 전갈, 이후 형제는 단둥에서 2∼3차례 만났다.

탈북준비가 마무리된 것은 형제가 단둥에 머물던 4월20일부터 4월27일 사이. 인형씨는 형이 선박과 각종 물품을 살 수 있도록 2만달러를 건네주고 28일 미국으로 건너갔다. 원형씨는 동생이 준 돈으로 5월3일 선박을 구입, 신의주로 돌아와 쌀과 옥수수 등을 마련, 9일 안씨에게 아들 2명과 함께 철산군 항구로 가도록 한 뒤 11일 이들을 만나 탈북을 감행, 13일 새벽 인천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큰형 윤형씨는 평남 숙천군 지역의 주민감시가 심하고 신의주와 지리적으로 멀어 북한을 탈출하지 못했다.

평북 평원군 순안면 사직리가 고향인 윤형 원형 인형씨 3형제는 일형씨 가족과 살다 1·4후퇴때 함께 남하했으나 평양―사리원 중간지점에서 생이별, 어머니 차씨와 인형 일형씨만 월남했다. 해방전 미국으로 유학했던 원형씨 형제의 부친 김길준씨는 한국전쟁 기간중 일본에서 일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일형씨는 『14일 아침 TV뉴스를 보고 미국의 인형이에게 전화를 걸어 원형이 가족의 무사탈출소식을 전했다』며 『인형이는 목이 메인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친동생 3명이 있다는 일형씨는 『동생들은 못왔지만 원형이 가족이 내려왔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라며 『인형이와 함께 하루 빨리 원형이를 보고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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