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만나자 도주 태극기보고 접근/처음엔 음식도 거부 뉴스보자 “안도”북한 주민 두 가족 14명이 13일 새벽 무사히 한국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군의 완벽한 작전의 결과였다.
12일 하오 3시께. 백령도 해군 전탐기지에서 레이더 화면을 통해 정체불명의 선박 한 척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공해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포착됐다. 고기잡이를 하고 있던 중국어선 30여척중 한척이 서서히 이탈하고 있었다.
전탐기지에서는 즉각 NLL 33㎞ 남방 해역에서 초계활동중이던 해군 부천함(함장 서삼식 중령)에 괴선박의 정체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서중령은 인근 북한 해역에서 북한 경비함 3∼4척이 초계임무를 수행중인 사실을 알고 이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서서히 괴선박쪽으로 운항해갔다.
부천함이 약 1.8㎞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해가자 이 선박은 갑지가 뱃머리를 북쪽으로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부천함을 북한 함정으로 오인, 달아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도주하던 이 선박은 점점 접근해오는 우리 함정의 마스트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자 안심한 듯 선수를 돌려 다가왔고, 선장인 듯한 사람은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는 북에서 온 주민』이라며 귀순의사를 표명했다. 선창에는 노인과 어린이가 차례로 나와 『살려달라』며 손을 흔들었다.
부천함은 즉시 해병 6여단과 해군 작전사령부를 비롯한 지휘계통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인근 해역에서 초계임무중이던 각 함대사령부 소속 함정에는 비상이 걸렸다. 육군과 공군도 만일의 돌발사태에 대비, 경계강화에 나섰다. 순간 해역에는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다행히 북한 해군 함정의 이상징후는 눈에 띄지 않았다.
부천함은 해역의 파고가 높고 비까지 흩뿌리는 등 기상이 좋지 않은데다 귀순자들이 타고 온 선박이 점점 물에 잠겨가자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 함정을 북한 선박에 바짝 갖다 붙이고 손을 잡아 14명 전원을 옮겨 태웠다. 일기가 좋지 않을 때는 배를 붙여 사람을 옮겨 싣지 않는 것이 관례였지만 다급한 상황이라 관례를 무시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부천함에 승선한 뒤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 듯 식사를 줘도 먹지 않았다. 대원들은 어린이들과 놀아주는 등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동안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러다가 TV 9시 뉴스에 자신들의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때서야 안심이 된 듯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침수된 북한 선박은 해경정에 맡겨 예인토록 조치했다. 이후 구조작전은 폭우가 퍼붓는 악천후 속에서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2시간에 걸친 구조작전이 성공하는 순간 부천함 대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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