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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로운 할머니의 “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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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로운 할머니의 “보국”

입력
1997.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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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호 나라혜택 조금이라도 갚아야”/20년간 새벽길 청소… 트럭치여 숨져생활보호대상자로 국가에서 받은 조그만 혜택에 보답하기 위해 20년을 하루같이 부산 구덕운동장 일대에서 쓰레기를 주워온 「길쓰는 할머니」가 트럭에 치여 숨졌다. 강태순(69·부산 서구 서대1가 221) 할머니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12일 상오 10시30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서구 서대1가 구덕운동장 부근을 청소하던중 트럭 밑에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를 주우려다 세상을 떠났다.

비보를 접한 외동딸 한영자(34)씨는 『비가 내리는데도 새벽 2시 어머니가 쓰레기를 주우러 나가겠다고 해 말렸으나 고집을 꺾지 못했다』며 목이 메었다.

강할머니는 20년동안 부산 구덕로의 「자원봉사 청소원」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같이 일어나 빗자루를 들고 상오에는 서대1가 구덕로를, 하오에는 구덕운동장 주변을 해가질 때까지 청소했다.

강할머니의 사촌시누이인 한일순(67)씨는 『언니는 평소에 생활보호대상자로 동사무소로부터 연탄과 쌀을 지원받는데 내가 보답할 일이 뭐 있겠느냐. 나라로부터 덕을 입었으면 살아있는 동안 갚는게 도리야』라며 쓰레기를 주웠다고 말했다.

13일 동아대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에는 일찍부터 강할머니를 잘 알고있는 동네사람들이 의로운 강할머니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부산=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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