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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특차전형 확대/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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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특차전형 확대/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전문가 진단)

입력
1997.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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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제한 ‘입도선매’ 선발 비교육적/수능 과대반영 대학 편의주의 발상한국교육이 정상화하지 않는 것은 그 책임이 대학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정부가 교육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따지고 보면 망나니같이 정신없는 대학입시 때문이다. 이 고삐를 제대로 조이지 못한 탓에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망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대학의 입시는 한국교육에 피멍을 들게하는 몸통과 같다. 입시학원비니 고액과외니 하는 것은 하나의 깃털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들이 중등교육의 심장에 비수를 겨누고 있다는 점은 이번에 대학들이 발표한 입시전략만 보아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전국의 180개 대학중 60%가 넘는 112개 대학이 특차전형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중에서 소위 상위권 대학들은 그들의 특차모집 비율을 정원의 50%선으로, 나머지 대학들은 특차전형의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특차비율을 하향조정했다.

이번 입시에서 소득만 올리면 내년에는 그 비율을 대폭 올릴 눈치들이다. 상위권대학의 경우, 특차비율을 원래는 80%이상으로 했으나, 타의적으로 50%선정도로 양보한 것일 뿐이다. 그들이 결코 수험생을 고려해서 한 일이 아니다. 이미 특차전형 때문에 우수한 학생유치작전에 성공했던 대학들로서는 아깝기 그지없는 노릇이지만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의 불이익도 대비해야만 했던 그들의 고뇌를 이해할 만하다.

특차전형은 서울대로 진학할 수험생들을 소위 몇몇대학이 묶어두도록 해주기 위한 그런 구제조치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변질되어버렸다. 입시방법을 또 바꾸어야할 판이다. 그런 조치중의 하나가 바로 특차전형 합격자는 다른 대학입시에 지원할 수도 없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염려해야 될 것은 학교선택에 있어서의 「입도선매」가 과연 교육적으로 올바른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소비자」보호의 차원에서 공정거래 위반감이나 위헌감이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옛말에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둔다고 했는데 대학입시에서는 그것이 안된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특차전형이 중등교육을 망치는 이유는 대학이 수능성적의 위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데서 더욱더 분명해진다.

이번 특차전형 실시대학중 80%정도가 학생선발기준으로 수능성적을 60%이상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 수능성적이 높은 학생이 대학에서 공부도 잘 한다는 몇몇 초벌구이 연구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연구결과는 크게 믿을 것이 못된다. 신입생이 된 후 대학에서 공부하는 방식이나 시험은 수능과는 속성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대학은 더욱 솔직해야 한다. 대학이 학생들을 편하게 뽑기위한 편의주의에서 수능을 택하는 것이지 수능의 효험을 믿어서가 아니다. 특별전형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수능시험이 고액과외와 사설학원 수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수능이 통합교과적인 시험문제로 구성되기에 과외나 입시훈련이 필요없다는 일부의 주장은 그야말로 빛바랜 이야기이다. 우리의 수능보다도 정교한 미국 학업적성시험의 경우에도 입시훈련을 받으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평균 15점 이상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현재와 같이 0.5점으로 입학과 탈락이 결정되는 입시현실에서 전천후 입시훈련이나 과외는 일류대로 이르는 지름길이 아닌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는 교육과 그 결과는 학생부에 기록돼 있다. 비록 기록방식이나 업무가 교사에게 짐이 된다 하더라도 학생부는 살려야 한다. 학생들이 어떤 특기가 있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학생부를 제대로 관리하고 힘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은 대학으로 넘아가기만 하면 휴지조각이 된다. 전과목 석차제와 점수를 환산해 학생들의 입시당락을 결정하는 입시선발원칙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학생의 가능성이 무엇이든 점수차이로 당락을 결정하는 원시적인 발상이 대학을 지배하고 있는 한 우리 중등교육은 살아남을 길이 없다. 초등학교에서 열기를 뻗치고 있는 열린 교육도, 중고등학교에서 전개하는 인성교육도 대학입시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초주검이 된다.

대학이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지금과 같은 저비용고소득 편의주의 입시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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