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너무 관용”“정치보복” 맞서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와 흑백반목이 빚어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95년 7월 시작된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사면신청서 접수가 12일 마무리됐다.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이날 ANC가 백인정권 시절 수행했던 군사·첩보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위원회에 공식 제출했다. ANC는 『백인정권과 내통한 일부 ANC 군사 조직원 등을 처형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분명 범죄행위가 아니지만 진실 규명차원에서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위원회가 개별 접수를 마감한 10일에는 막판까지 눈치를 보던 전·현직 경찰관 등 500여명이 한꺼번에 접수대에 몰려들었다. 이로써 흑인정권이 들어선 94년 4월 이전 범죄에 대해 뉘우치고 스스로 이를 신고한 사람은 6,800명을 넘어섰다. 위원회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주교인 데스몬드 투투 위원장을 중심으로 17명의 위원들이 조사·사면·보상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청문회 등을 통해 사면신청서를 심사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위원회의 활동은 흑백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진실과 화해」라는 이름에서 보듯 처벌보다는 관용에 무게중심을 둔 위원회의 활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ANC 추종자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마그누스 말란(67)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10월 석방되는 등 역사청산 작업이 뒷걸음치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사면신청서를 제출했거나 아예 이를 무시한 백인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과거의 사건에 대해 뒤늦게 책임을 추궁하는 행위는 정치보복이며 흑백 화합을 강조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선언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백인 극우세력과 연계해 테러위협을 가하는가 하면 폭력을 행사한 흑인 운동가들도 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ANC가 12일 보고서를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죄는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는 취지에서 활동에 나선 위원회가 흑백 양쪽의 불만을 어떤 식으로 누그러뜨리며 과거 청산의 해법을 찾아낼지 주목된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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