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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씨 가족명의 분산은닉/「현철씨 70억」 증권사 관리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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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씨 가족명의 분산은닉/「현철씨 70억」 증권사 관리 어떻게

입력
1997.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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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주 집중… 「한보철강 1천주」 눈길/지방선거전에 현금으로 빠져나가「김현철―이성호―증권사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증시를 통한 김씨 비자금 관리수법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성호씨가 김씨의 비자금을 맡겨 관리해 온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나자 대신증권측은 12일 이씨가 계좌를 만들고 7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입금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씨 비자금의 경로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것이다.

검찰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씨가 주식과 채권투자에 필요한 계좌를 개설한 것은 93년 12월. 이씨는 계좌를 만들어 돈을 입금하면서 꽤 교묘한 수법을 사용했다.

이씨는 우선 금융실명제 시행에 따른 자금출처조사 등에 대비해 부친인 이건 전 대호건설 회장과 동생 이상호 세미냉장 대표를 앞세워 실명으로 4개의 계좌를 만들고 자신도 실명으로 1개의 계좌를 개설해 2개월여 동안 7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분산입금했다.

특히 자금출처조사를 받아도 「안전」할 수 있도록 자금여력이 충분한 이 전회장 계좌에 50억원이 넘는 돈을 집중적으로 입금해 김씨 비자금에 「가면」을 씌우는 데 힘을 쏟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씨가 만든 계좌에는 수억원 단위로 현금이 들어왔는데 이 자금은 김씨가 기업 등으로 받은 검은 돈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씨는 이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한전 포철 삼성전자 데이콤 등 우량주에 집중 투자했고, 한보철강 주식도 1천주나 사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효과적인 투자에는 실패, 시세차익은 적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년여동안 주식과 채권에 투자됐던 비자금은 대부분 95년 6·27지방선거전까지 현금으로 빠져나가 입후보자들을 위한 김씨의 후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와 이씨는 왜 증시로 돈을 빼돌렸을까. 비자금운영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는 투자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전·노 비자금사건에서도 보듯이 비자금을 증시에서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이씨가 수익성이 보장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에도 투자하지 않은 점으로 볼때 고수익이 보장되는 종금사 등 다른 곳에도 비자금을 보내고 그 일부를 증시에 운영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증권가에서는 이씨의 계좌가 김현철씨의 「깃털 계좌」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또 주식투자는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씨가 증권업체중에서 대신증권을 택한 것은 대신증권이 90년 대호건설이 상장할 때 상장업무를 대행해줬고 이후에도 회사채발행을 대행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매개역은 이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대신증권의 김성진 전 상무(95년 4월 퇴직)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비자금의 은둔처로 확인된 증시에 이어 또 어떤 곳에 김씨의 검은 돈이 숨어 있을 지 주목된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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