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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효과’와 국가홍보/이상석 국제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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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효과’와 국가홍보/이상석 국제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7.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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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클린턴행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부터 워싱턴에는 「클린턴 타임」이라는 유행어가 생겼다. 클린턴 타임이란 다름아닌 「코리안 타임」이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스케줄은 정말로 종잡을 수 없는 고무줄 스케줄이다. 걸핏하면 지각이다. 대통령이 이 지경이니까 백악관 관리들과 업무협조를 하게돼있는 국무부, 국방부 등 다른 부처 사람들도 클린턴 타임에 맞추어 근무할 수 밖에 없다. 국무부의 정오 브리핑(noon briefing)이 일러야 하오 1시10분께나 시작하는 「하오 브리핑」으로 바뀐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회견장에 늦게 도착하는 대변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지각핑계를 댄다. 장·차관이 주재하는 모임에 참석하다보니 늦었다는 게 제일 흔한 변명이다. 그다음은 CNN이 전하는 급보(breaking news)를 지켜보느라 지각하게 됐다는 변명이다. 기자들을 납득시키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CNN효과를 무시할 수가 없다. 사실 그들은 CNN과 더불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CNN의 국방부 출입기자인 제이미 매킨타이어가 사실과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내보내면 즉각 그를 불러 해명하곤했다. 국무부나 국방부의 다른 고위직들도 복도나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CNN TV화면을 흘깃흘깃 쳐다보면서 업무를 본다. CNN이 미국의 외교정책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뉴스전문 방송이 『기존의 뉴스 사이클 개념을 파괴했다』는 진단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다시말해 CNN은 정책결정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책 대안을 숙고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정책결정자들은 만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즉각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압력을 받고있다. 「인스턴트 뉴스시대에 걸맞는 인스턴트 대응」은 때때로 커다란 재앙을 초래한다. 클린턴 취임직후 참혹한 실패로 끝난 미군의 소말리아 파병도 부시 대통령이 이른바 「CNN 효과」에 영향을 받아 서둘러 취했던 조치의 결과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CNN효과에 민감하다. 「미제」와는 담을 쌓고 살던 피델 카스트로 쿠바국가원수는 올해초 CNN지국의 개설을 허가했다. 쿠바의 실상을 여과없이 알려 그들을 옥조여온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배경이다. 장쩌민(강택민) 중국 주석도 9일 이례적으로 CNN과 회견을 가졌다. 홍콩반환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세계 여론을 상대로 중국지도부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중국당국이 공을 들인 회견이었다. 이날의 회견은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이에 비해 지난달 25일 인민군 창건일 기념행사를 계기로 CNN을 불러들인 북한당국은 CNN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식량난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정을 이끌어내는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인민군의 위용을 과시함으로써 체제의 강건함을 과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식량난의 실상을 알린다는 2가지 목적에서 CNN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처럼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결국 『인민도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나라에서 군대 자랑이 웬말이냐』는 핀잔만 들었다. 북한은 국가홍보 차원에서도 자원의 빈곤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소비절약운동을 둘러싼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오해, 웅담거래에 관한 해외언론의 부풀리기식 보도 등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CNN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CNN효과를 의심하는 지도자는 21세기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다. 국제화시대에서 광범한 의미의 CNN효과는 점점 더 맹위를 떨치게될 것이다. MS NBC나 폭스(FOX) 뉴스 등 「CNN의 형제들」도 눈부신 속도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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