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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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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로 세종대왕 탄생 6백돌이 된다. 대왕은 조선조 개국 6년인 1397년 이날 뒤에 태종이 된 정안군 방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탄생지는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맞은편 개울 건너마을(준수방·지금의 통인동)이다. ◆3남인 그가 왕위를 이은 것은 역사의 올바른 진행을 위한 필연이었을까. 태종이 일찍이 세자로 삼았던 장자(양녕)를 무리하게 폐위시키고 3남에게 양위한 것은 무인기질에 행실도 좋지않았던 양녕보다는 총명하고 어진 선비형의 충녕이 왕조 창업이란 대업의 마무리에 적임자라고 생각한 때문이었으리라. ◆한글창제는 어느 임금의 무엇과도 비견되기 어려운 위업이다. 창제의 주체와 관련해 대왕이 집현전 학사들을 격려하여 한글을 만들게 했다는 조장설이 정설처럼 돼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임금 스스로 대군들에게 발음을 시켜 입모양을 그려가며 창안했다는 친제설이 우세해지고 있다. ◆대왕은 한글을 발전시키는 일에도 결정적인 공로자였다. 반포이후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반대상소를 올렸을 때는 그들을 하룻밤 옥에 가두면서까지 반대운동을 물리쳤다. 완고한 유신들이 연구와 언해사업을 위해 설치한 정음청과 언문청을 없애려 할 때도 간곡히 만류하여 존속시켰다. ◆이런 위인의 탄생 6백돌이 너무 조용한 것 같다. 6백돌 기념사업회가 연내에 대왕의 동상을 다시 만들어 세우겠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사업이 없어 보인다. 한글과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안팎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기념비적인 사업이 있어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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