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생들의 한해 과외비가 9조4,296억원에 이른다는 추계가 나왔다. 이 과외비규모는 학생 1인당 월평균 21만7,000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뿐인가. 유치원생과 재수생이 하는 과외비까지 합친다면 한해동안의 실제 과외비 총액은 무려 14조∼1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다.9조4,000억원이라면 18조3,000억원에 달하는 교육부 예산의 51.5%, 국민총생산(GNP)규모의 2.2%에 해당하는 돈이다. 이 엄청난 과외비가 과외교사와 입시계 학원의 교습비로 유입되고 있다니, 학부모들이 과외비 지출로 등골이 휘는 실상을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과외망국론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도대체 우리사회는 왜 사람을 기르는 교육자체를 망가뜨리고,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켜 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한요인이 되고, 심지어는 공직자들의 부패요인으로까지 등장한 과외, 더 나아가서는 소득분배의 불공정과 그로인한 국민위화감 조성 등 온갖 망국적 요인인 과열 과외열풍이 해가 갈수록 더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90년에 3조7,000억원에 달했던 과외비가 94년에는 5조8,0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9조4,000억원으로 늘어나고만 있다는 추정은 그동안 정부가 펴온 과외 진정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입증인 것이다.
과열 과외의 원인을 따지자면 우선은 급증하는 대학진학 수요에 비해 훨씬 부족한 진학기회와 고등교육 기회의 지역간·계층간 불균형 때문에 입시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꼽을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학생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수능시험과 논술고사 그리고 대학의 선발방식에 과외를 부추기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턱대고 과외만 하면 좋은 대학 또는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학부모들의 과외맹신 풍조도 빼놓을 수 없고 학교교육의 부실과 교육여건 낙후가 과외의 근본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외가 사라지지 않는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과외요인 그 자체에 내재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과외 근절 대책은 백약이 무효험한 실정인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과외를 줄여나가자면 근본적으로는 교육투자를 대폭 늘려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킴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과외욕구를 잠재워야 한다. 과외맹신 풍조에서 탈피하는 학부모들의 의식 개혁도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당장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렇다면 단기 대책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은 수능시험과 논술고사 그리고 대학의 전형제도에 내재돼 있는 과외요인을 제거하는 수 밖에 없다. 과외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다양한 선발기준을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채택케하는 것이다. 가장 손쉽고 단기적인 과외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현가능한 대책부터 써가면서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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