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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반문화?/한기봉 특집기획국 편집위원(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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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반문화?/한기봉 특집기획국 편집위원(앞과 뒤)

입력
1997.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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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가 축제의 두가지 소묘.「순결 서약식」과 「정조대 깨뜨리기」. 그리고 「신촌문화축제」와 「반신촌문화제」.

앞의 것은 6일 연세대 교정에서 벌어진 행사. 두 그룹의 학생들은 상반된 주장을 폈다. 『성적으로 타락한 이시대에 순결을 서약하고 몸과 마음을 온전히 지켜나가자』, 『순결이란 가부장적 권위사회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이므로 깨버려야 한다』

순결을 서약한 학생들은 복음성가가 울리는 가운데 은가락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같은 시간 바로 그 옆에선 정조대 모양의 박이 함성과 함께 깨졌다. 뒤의 것. 신촌일대 상인들은 8일부터 대학축제 기간에 맞춰 신촌 일대에서 록페스티벌, 전통의상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올해로 6번째인 행사이다. 그러나 연세대와 이화여대 총학생회 측은 신촌이 대학가라는 점을 악용한 상술에서 나온 소비문화축제라며 교육환경권 지키기 등 반신촌문화제로 반기를 들었다.

어느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난 개인적 취향에 앞서 우선 시비를 가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반문화라지만 기실 다 문화의 모습이 아닐까? 대학은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질 때 참으로 대학답다고 생각한다. 순결을 지키자, 아니 말자, 한 목소리만 우렁찼더라면, 그리고 폭력적으로 서로를 배척했더라면 좀 유감이었을 것이다. 지키기 힘든 순결을 서약하자는 것이나, 순결이데올로기를 깨야한다는 생각이나 다 혼돈스런 이 시대가 빚어 낸 가치관이다. 신촌 소비문화의 주역이 대학생이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반문화운동은 대안문화 모색의 한 모습일 수 있다.

우리의 대학문화는 그동안 정치적 논리를 닮아 양자택일의 폭력성을 강요한 측면이 크다. 사고의 진정한 자유와 그것의 보장. 이것이 대학이 추구해야 할 한가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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