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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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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남은 가장 긴 독재권력자의 한 사람인 아프리카대륙 자이르의 모부투 대통령이 드디어 독재 32년만에 권좌에서 쫓겨난다. 국가는 장기독재로 폐허가 됐고 독재자 자신도 악성종양(암)이 뼛속 깊이 스민 폐인이 된 상태에서다. 반군의 수도진격이 시간을 다투고 있는 가운데 모부투는 총선실시와 자신의 불출마를 선언해 독재의 종지부를 찍었다. ◆정식이름이 「모부투 세세 세코 쿠쿠 응벤두 와 자방가」인 모부투(66)는 60년 콩고가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직후 30세의 젊은 나이로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군최고사령관이 됐다가 65년 카사부부 대통령을 몰아내고 스스로 대통령직에 올라 절대권력자로 군림해 왔다. ◆그는 아프리카부패의 대명사였다. 자이르의 유일한 수입원인 구리, 코발트, 다이아몬드광산을 관장하면서 사재를 늘리고 세계은행, 아프리카개발은행 등으로부터 차관을 얻어서는 일정한 액을 커미션으로 챙겼다. 독재 10년쯤 후부터 이미 자이르는 파산했고 국제금융계는 한푼의 돈도 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독재자는 호화롭게 살았다. 장장 32년이다. ◆반군대장 로렌트 카빌라는 이웃 르완다의 피란민유입으로 정치소동이 일어난데다 모부투 대통령이 암치료를 위해 프랑스에 장기간 가 있는 틈을 이용해 급격히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카빌라가 권력을 장악해도 자이르는 상당기간 독재국가로 남겠지만 썩은 물이라도 갈고 보면 좀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일단은 독재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30년 독재가 저런데 북한의 50년 독재는 얼마나 썩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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