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권위구조의 재구축(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권위구조의 재구축(사설)

입력
1997.05.12 00:00
0 0

요즘 우리 사회의 권력구조 전반의 표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권력의 공백이라기 보다는 권위구조의 붕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우리 사회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권력을 주도적으로 행사하는 사람 혹은 집단이 없어서도, 그것이 누구인지 불확실해서도, 혹은 권력집단의 내분 때문도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가 서로 타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기 때문에 위기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날 소위 권위주의라고 하는 과다한 권위, 남용되는 권위에 의해 많은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극단적 반작용으로 모든 형태의 권위가 총체적으로 부정되는 듯한 현상황의 위험 역시 권위주의의 그것에 비해 조금도 덜하지 않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면 권위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조소와 경멸이다. 오늘 우리의 상황이 바로 이런 지경에 이르러 있는 것은 아닌가. 권위를 행사한다고 믿고 싶어하는 지도자들과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소로써 희화해 버리는 국민들 사이의 간극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것 같다.

지도층이 믿고 싶어 한 것과는 달리 문민정부의 역사적 의의가 바로 지도층의 권위로 연결되지는 못한 셈이다. 전문성도, 도덕성도 뒷받침되지 않는 지도층에게 권위의 인정이란 근본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권위는 꼭 필요한 것이다. 확고하고 안정된 권위구조의 양적, 질적 적절성은 한 사회의 무게중심을 낮게 유지하기 위하여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요조건이다. 권위의 총체적 붕괴, 실종에 의해 무게중심이 위험수위에 이르러 조그만 충격에도 비틀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어떻게 안정된 권위구조를 되살리고 유지할 수 있겠는가. 두말할 필요없이 이는 무엇보다도 우선 우리 사회의 지도층의 몫이다. 언론의 책임도 작지 않다.

그러나 역시 궁극적 해법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다. 성숙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접근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동체의식에 기초한 장기적 합리성에 의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권위가 권위를 가지려는 이들에 의해 강요된 것이었다면, 이제 진정한 의미의 권위는 국민들의 필요에 의해, 국민들에 의해 창출되고 위임되는 합리적 권위가 되어야 한다. 맹목성에 의한 권위도,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한 권위도 모두 시대착오적인 것에 불과하다. 현상황을 포함한 우리의 지난 역사가 이를 선명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적절한 정도와 형태의 권위구조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조화 및 안정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리고 합리적인 사회에서의 권위는 우리 모두가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현위기의 근원은 권위의 부정에 있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