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소비재출하 1.4% 감소 생산위축 불러/외제 가전품·의류 등 폭발적 증가 대형차는 173%나국민들의 소비행태가 극단적인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전반적 소비는 구매력 위기에 가까울 만큼 빠르게 침체하는 반면 일부 품목에선 불황을 아랑곳않고 낭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총체적 과소비」 대신 「과소소비와 과잉소비」가 공존하는 새로운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1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1·4분기 백화점 수퍼마켓 등의 소매판매액은 3.7% 증가, 8년만에 최저수준을 보였다. 특히 백화점매출은 설과 졸업 입학 바겐세일이 낀 대목임에도 2.3%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비재출하는 1.4% 감소, 85년이래 최악이었고 작년 1·4분기 29%, 4·4분기까지도 26%의 폭발적 증가를 보였던 소비재수입은 올 1∼3월엔 2.5%만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물론 기업채산성악화→실질소득감소→구매력저하로 이어지는 경기침체 후반기의 전형적 패턴이다. 그러나 대기업 도산과 정치스캔들 사회혼란이 겹치면서 경제활동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소비는 불과 석달여만에 절반이하 수준으로 고꾸라지는, 전례없는 고속의 냉각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현 상황을 『구매력 고갈상태』로 규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전반적 소비심리냉각에도 불구, 특정부문에선 과소비가 날로 더해지고 있다. 3월만해도 대형승용차 173%, 휴대용전화기 117%, 음반은 89%나 출하액이 증가했다. 외제가전제품과 옷가지는 각각 1,100억원 어치가 수입돼 1년전 대비 10.9%, 17.5%의 신장율을 보였으며 270억원 상당의 외제화장품(43.9%증가)이 국내로 반입됐다. 이들 소비폭증품목은 요긴하지도 급하지도 않고 수입대체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들이다. 특히 주소비층이 일부 부유층과 학생 청소년 젊은 여성층이란 점에서 지금의 과소·과잉 이중소비구조는 연령·계층별 특성도 지니고 있다.
최근의 소비위축은 저축증대를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매력위축에 따른 불가피한 가계긴축이지 자발적 근검절약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에도 못미치는 과소소비는 생산활동위축과 경기회복지연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결코 미덕이 아니다.
그러나 전반적 경기침체속에 과잉소비는 차라리 해악에 가깝다. 극단으로 치닫는 현 소비구조는 과잉이건, 과소건 어느쪽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이상헌 한은조사1부장은 『최근 갑작스런 소비냉각은 실질소득감소 보다는 한보사태 등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크며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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