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보비리와 대선자금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이른바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갖가지 안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고비용 정치개혁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오는 12월 15대 대통령선거를 최대한 돈적게 들고 공명정대하게 치르는 일이다. 잘못된 선거관행과 제도에 대한 수술의 대원칙은 모든 후보들이 법정비용한도액 범위안에서 공조직에 의해 합법적으로 치르게 하는 것이다.
먼저 수십억∼수백억원이 들고 세과시용으로 변질된 이른바 대규모 연설회를 일체 폐지해야 한다. 후보·정당연설회는 유권자들과의 대화라는 차원에서 2∼3개 시·군·구 단위에서 1회씩 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만하다. 다음 현수막과 표지판·표지·수기 등을 일체 금지시키고 한 후보가 현재 4가지까지 배포할 수 있는 중·소형인쇄물을 경력 및 정책·공약소개집 1개로 통합, 선관위를 통해 배포하는게 바람직하다.
대규모 연설회를 폐지하는 대신 철저한 선거공영제원칙에 의거, 언론매체를 적극 활용토록 해야 한다. 신문과 방송광고 횟수를 배로 늘리고 후보들의 TV토론참여를 3∼5회 이상 의무화하며 현재 7회로 되어 있는 TV·라디오에 의한 후보·연설원들의 선거방송을 배로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
불법운동과 검은 자금운영의 본산이 돼온 유사기관, 즉 사조직은 선거전 6개월부터 일체 엄금케 해야 한다. 또 자원봉사자제를 확대하되 철저한 등록제로 하고 유급선거운동원 수를 증원, 현실화하는게 타당하다. 금품수수, 향응의 경우 준 자와 받은 자 모두 엄벌해야 마땅하다.
선거나 정치의 청탁은 자금의 성격에 의해 좌우된다. 때문에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여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고보조금 외에는 일체 불법으로 규정, 엄벌케 함으로써 「떡값」이니 「순수한 정치자금」 운운하는 궤변이 못 나오게 해야 한다. 여당에만 유리한 지정기탁금제를 폐지하여 기탁금은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헌금으로 간주, 각당에 분배해야 하고 국민 세금인 국고보조금의 50% 이상은 반드시 정책개발비, 당원교육비 등으로 쓰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 고비용 구조개선을 위해 중앙당의 대폭 축소, 지구당 폐지, 시도지부 운용 체제를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깨끗하고 돈 적게 드는 선거와 정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중앙선관위의 감독권한을 대폭 강화하는게 필수적이다. 선거전부터 후보와 정당을 사찰, 불법행위를 할 경우 경고하고 또 고발하면 검찰은 최우선적으로 다루게 해야 한다. 특히 선관위에 후보의 자격 박탈권을 부여하는게 중요하다.
요즘 잇따라 불거지는 한보사건·대선자금사건은 분노할 일이지만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 대반성, 새출발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는 같은 세계 최고의 영국식 선거제도임에도 영국은 모범선거를 하는 반면 우리는 더러운 금전혼탁선거를 하게 되는 원인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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