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섹시한 모델 잇달아광고에서 「멋있는 남자」의 전형이 바뀌고 있다. 윗옷을 벗어던진 근육질의 사나이가 등장하던 남성화장품 광고가 최근들어 모습을 바꾸고 있다. 두갈래로 갈라진 믿음직한 턱의 남자를 내세워 「강인함」으로 승부를 걸던 남성화장품 광고가 무기력한 남성을 모델로 삼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어떤 광고는 남자없이 여자만으로 남성화장품 광고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남성용화장품의 판매관건은 젊은 여성들을 얼마나 유혹할 수 있느냐는 것. 선물마케팅이라는 이 전략을 최대한 이용하는 화장품광고의 속성을 생각하면 젊은 여성들의 남성관이 야성미 넘치는 쪽에서 유니섹스 분위기를 풍기거나 더 나아가 여자에게 구속될 수 있는 이미지의 남성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남자를 부드럽게 하는 화장품」을 광고의 주제로 삼은 애경화장품의 「마리끌레르」광고에는 한쪽 발이 줄에 묶여 거꾸로 매달린 모습의 남자가 등장한다. 이 광고는 남자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여자의 사랑이고 그 사랑의 포로가 된 남성을 보여주자는 것.
광고를 만든 오리콤의 AE 신은주씨는 『주관이 뚜렷하고 활동적인 여성을 구매의 타깃으로 삼았다』며 『부드러워서 여자에 지배되는 남자를 표현, 신세대 여성들을 자극하자는 속셈』이라고 설명했다.
스킨 로션 등을 모아 세트로 내놓은 에바스샴바드의 남성화장품 「D-1」은 철저하게 선물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품이다. 광고도 물론 선물욕구를 자극하는 쪽에 맞추고 있다. 남자 넷이 옷을 다 벗은채 중요한 부분만 D-1으로 가리고 있다. 배경은 군대. 신체검사를 위해 옷을 모두 벗은 남자들이 『너도 받았니』 『나도 받았다』고 속삭이는 모습을 생동감있는 카피로 넣고, 머릿글 「군대가기 하루전, 사랑하기 하루전, 그에게 보내세요」로 여성구매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에바스샴바드는 새로 군대에 가는 사람이나 군복무 중인 남자에게 선물로 전해질 남성화장품만도 시장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으로 화장품을 담는 통을 군대의 반합으로 만드는 등 선물구매를 노렸다.
유니코스의 일렘포맨 광고는 끈적끈적하고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도시형 남자를 모델로 썼다. 피아노와 담배, 느릿느릿하면서 약간은 퇴폐적으로 들리는 배경음악 등을 내보내면서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를 강조하고 있다. 이 광고를 만든 대보기획은 『최근에는 유니섹스풍의 남자가 멋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데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한불화장품의 오버클래스 아이디는 지하통로를 스쳐 지나가는 두 여자를 보여주면서 「낯선 그녀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는 멘트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남자모델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프리섹스 등 자유분방한 삶의 태도를 암시하는 이 광고는 자유로운 남성상을 원하는 여성 소비자들을 은근히 자극하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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