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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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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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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은 시간 손님도 끊겨 식당 문을 막 닫으려는데 남자 두 사람이 들어왔다.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사내와, 마음이 착해 보이는 젊은이였다. 주고받는 얘기를 들어보니 두 사람은 부자간이었다. ◆마침 그날은 어버이 날이었고, 부자 사이가 가난하지만 정다워 보인데다 어차피 음식도 남아 있어서, 밥상을 차리는 식당 아주머니의 손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학교 때문에 헤어져 사는 아들을 오랜만에 만난 듯 젊은이에게 자꾸만 많이 먹으라고 했다. 그 말을 따라 한참 밥을 먹던 아들이 『이젠 정말 더 못 먹겠어요』하며 수저를 놓았다. ◆상에는 아직도 음식이 꽤 남아 있었다. 몇번을 더 권하던 아버지는 그제서야 남은 반찬과 밥을 모두 모아 쓱쓱 비벼가지고 허기진 것처럼 한 입 가득 밀어 넣고는 입맛을 다시며 먹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들의 눈에 마침내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KBS·FM은 매일 하오 하루의 일이 권태로워질 때쯤 고전음악프로 「노래의 날개 위에」를 방송한다. 클래식 팬들이 이 시간을 찾게 되는 것은 성악곡 감상의 기쁨과 함께 진행자가 전하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속에서 가끔 가슴을 치는 감동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얘기는 이 프로그램이 엊그제 어버이 날에 방송한 내용이다. 흘려 들어서 정확히 옮겼는지 자신이 없고, 실화인지 지어낸 얘기인지도 알 수 없지만, 이 얘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투명하다. 부자간에, 이웃간에 그런 사랑이 있기만 하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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