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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빅뱅’… 인수·합병 몸살/2003년 대학사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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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빅뱅’… 인수·합병 몸살/2003년 대학사회의 모습

입력
1997.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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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문닫는 곳 속출,전문·기술학교 전환/교수 실직사태… 학생은 취업위해 복수 전공대입 지원자가 대학 정원에 미달하는 2003년 전후의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경쟁력 상실로 학생들이 미달해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한다. 또 일부대학은 전문학교나 기술교육학교로 전환한다. 특히 지방대학의 인문사회계는 거의 대부분 도태하고 이에따른 지방대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다. 수도권 비명문대 역시 유사한 증상을 앓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들은 자구책으로 다양한 통합방안을 모색한다. 결국 대학별로 규모가 줄다보니 교수들의 대량 실직이 나타나고 연구소에 지원자가 몰린다. 지방에서는 지역별로 대학연합체가 생겨나고 몇개 대학이 종합대학이기를 포기하고 한 대학 간판 아래 분교화, 「○○대학 A지역 분교」 「○○대학 B지역 분교」로 바뀐다.

이들 분교는 행정 경영 공학 등으로 특화한다. 일부 지방 국립대는 민간에 불하된다. 이같은 대학의 통폐합은 기업의 인수·합병(M&A)양상과 흡사해 대학의 「빅뱅」으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명문대 입시경쟁은 여전히 치열해 원서지원 창구는 북새통을 이룬다. 또 명문대는 국제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외국 명문대와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한다. 대학원생이 학부학생수의 절반이 될 때까지 대학원 수용능력이 늘어 난다.

학생들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취업을 위해 하나의 전공에 머무르지 않고 관련 분야의 다양한 전공을 이수하려고 애를 쓴다. 기업이 단순기술보다는 복합혼용기술을 선호하게 돼 컴퓨터와 정보통신 지식이 필수과목이 된다. 관련 자격증도 다수 확보해야 한다. 또 대학이 너무 많아 기업은 대학 졸업장보다 각종 자격증과 특정 분야의 실력을 우대하게 된다.

명망가보다는 경영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대학총장 후보로 각광받는다. 산학연 협력 과제를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총장들은 기업과 연구소를 매일같이 찾는다.

교수들도 치열한 경쟁에 내 몰린다. 교수 요원의 공급과잉이 구조화해 대학의 교수 선발권은 강화된다. 대학은 유능한 교수 발탁을 위해 무능한 교수를 과감히 들어낸다. 교수 평가에서 외부 용역 유치 능력도 주요 고려사항이 된다. 한편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다는 평을 듣는 교수는 다른 교수들보다 많은 연봉과 유리한 조건을 제의받고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 다닌다.

또 교수들은 자기 전공분야를 필수과목에 넣으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대신 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강 학생수가 줄어 실직 위기를 맞게 된다.

외국대학의 국내 진출도 활발해 진다. 외국대학들은 앞선 기술과 충실한 어학교육 프로그램, 본교 대학원 진학 등을 내세워 학생들을 끌어 들인다. 결국 경쟁력이 허약한 국내 대학의 도산을 부채질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조재우 기자>

◎외국대학이 곧 몰려온다/99년부터 신입생 모집 예상/특수전공분야 중심 진출 모색

98년부터 외국대학은 서울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캠퍼스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외국대학이 국내에서 신입생을 모집할 시기는 일러도 99년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 등에 공식적으로 국내 진출을 타진해 온 외국대학은 아직 없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의 단과대학이 여러 경로로 타당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학은 특히 경영학(MBA) 컴퓨터공학 어학 등 경쟁력이 두드러진 분야와 패션디자인 호텔경영 등 소규모 특수전공분야를 중심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대교협 이현청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외국 종합대학들이 당장 대규모 분교를 설치하기는 어렵겠지만 외국 진출 노하우를 가진 미국 대학의 국내진입은 시기만 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집트와 유럽 여러 나라에 캠퍼스를 갖고 있는 미국 아메리칸대를 첫번째 후보로 꼽았다.

외국대학은 분교 설치보다 교육 프로그램 진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학설립 개방의 전단계로 올 1학기부터 시작된 교육과정 개방에 따라 국내 대학과 협약을 맺은 외국대학은 기초과학 국제학 등 특성화 과목을 운영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뉴욕주립대와 인디애나대,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등과 호주 시드니대, 영국 런던대 등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의 몇몇 대학도 국내 대학과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대학 진출에 대비한 국내 대학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상명대가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와 공동으로 발레학교 개설을 준비중이고 연세대 명지대 등은 외국인 강사 중심의 어학원을 설립했다. 또 포항공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이 외국 유명대학과의 교류 확대에 나섰다.

현실성은 아직 없지만 외국에 현지 캠퍼스를 둔다는 「공격적」 구상도 나오고 있다. 관동대 경남대 계명대 아주대 울산대 전주대 한남대 호남대 등 8개 지방 사립대학 협의체인 「한국지역대학연합회」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캠퍼스를 설치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가 보류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에 분교나 분과를 둔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서강대도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다.

외국대학 진입의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에서 외국 대학 실패 사례를 들어 영향을 무시한다. 82년 대학 설립을 개방한 일본에서는 외국 대학 지원자가 해마다 줄어 대부분의 외국대학이 폐·휴교 상태다.

그러나 외국 대학의 잠재력이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의견도 많다. 이현청 소장은 『일본은 외국 대학 학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중소도시에만 설립을 허가했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후발대학이나 지방대는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는 국내 대학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첨단 학문 도입과 경쟁력 강화라는 점에서는 장기적으로 득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외국 대학에 다니려고 우리나라를 찾는 동남아 등지의 「간접 유학생」에도 기대를 표했다.<이상연 기자>

◎대학연합체가 ‘대안’/지방·비명문대끼리 모여 공동투자·학생교류 협력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정·시설·지명도 등에서 뒤지는 지방대와 비명문대에 연합체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사 시설이나 소프트웨어 중복투자를 피해 예산을 절감하면서 대학의 총체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데서 비롯한 것이다.

현재 경남대를 비롯한 지방사립 8개대 연합체인 「한국지역대학연합회(RUCK)」를 비롯, 경인지역 18개대, 국립 12개대, 대구지역대 등 4개의 연합체가 결성돼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한국지역대학연합회. 연합회는 95년 3월 울산대에서 경남대 호남대 전주대 계명대 한남대 등 중남부지역 6개 대학이 참석, 창립협약을 맺고 발족했다. 국제경쟁력 강화, 국내대학간의 중복투자 방지, 학생교류 등을 통한 교육 질 향상이 취지였다. 아주대와 관동대가 참여하면서 현재는 8개 대학으로 회원이 늘었다.

각 대학은 특화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다른 회원 대학에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한 대학이 쓸만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면 이를 다른 회원대학에 완전히 공개한다. 또 도서관 도서목록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어느 대학에서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한 대학이 외국 협력대학의 유명 교수를 초청해 꾸민 프로그램에는 다른 대학도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협력체 결성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지방대나 비명문대가 생존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뚜렷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경남대 대학발전기획단 실무자인 김경식 계장은 『당초 구상했던 것보다 많은 소득이 있었다』며 『앞으로 협력 분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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