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가 오히려 힘실어 준 꼴”김영삼 대통령의 분파행동 경고발언에도 불구하고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는 9일 회원가입 서명운동 등 정발협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임을 분명히했다. 정발협은 이날 서석재 의원 주재로 긴급회의를 갖고 실무간사인 김운환 의원을 통해 『정발협은 특정 대권후보를 염두에 두거나 후보만들기를 목표로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므로 당과 대통령의 국정운영 뒷받침을 위해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의원도 회의에 앞서 『김대통령의 말씀은 당총재로서 의례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정발협의 결성취지는 당결속을 통한 정권재창출에 있으며 분파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없다. 김대통령의 이야기는 앞으로 그런 일이 있을까 염려해서 미리 경고해두는 이야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발협의 공식입장은 이처럼 『우리와는 상관없는 원론적인 이야기』란 「논점 비켜가기」로 집약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김대통령과 이회창 대표 모두에 대한 언짢은 반응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정발협은 우선 김대통령이 경선과정에서 엄정중립을 지키기로 언명한 마당에 정치적 의도가 전혀없는 당내 친목모임을 강력하게 통제할 이유가 없지않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대표를 포함, 당내의 모든 대선예비주자들이 개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주자를 밀지도 않는 정발협 모임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담겨있다.
정발협은 나아가 『이대표가 김대통령에게 경고를 요구한 것자체가 실책』이라는 냉소적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정발협 내부에선 『어차피 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구조를 지닌 정발협에 이대표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준 꼴이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발협은 김대통령과 민주계간에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펄쩍 뜀으로써 오히려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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