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몸매 자유로운 소재/느낌은 중세 & 사이버…올 추동복 유행경향을 제시하는 97/98 추동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서울컬렉션이 7∼9일 한국종합전시관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참가 디자이너는 진태옥 한혜자 김동순 지춘희 박윤수 장광효 송지오 배용 박항치 이상봉 김선자 손정완씨 등 총 12명. 이번 컬렉션의 특징은 「몸매의 곡선을 강조하는 구축적 디자인과 계절에 구애받지않는 소재의 사용, 디자이너들 각각의 개성이 있는 무대」로 요약할 수 있다.
허리에 4∼6개의 다트선을 넣어 날렵한 허리선을 강조하면서 엉덩이 부분의 볼륨감을 살린 재킷과 코트류, 쫑긋 세워올린 어깨선에 소매는 좁게 내려오다 끝부분에서 퍼져나가 중세풍 또는 사이버적인 분위기를 살린 옷들이 다수 선보였다. 또 전통적인 겨울용 소재인 울과 벨벳 벨로아 니트와 더불어 여름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시폰 등의 비치는 소재, 에나멜 광택 소재, 샌들류가 다양하게 응용돼 눈길을 끌었다. 색상은 누드컬러를 중심으로 카멜색, 갈색, 황금색, 오렌지색 등이 트랜드컬러로 앞세워졌고 블루, 레드도 많이 등장했다. 영원한 유행색인 검정은 여전히 부동의 자리를 지켰다.
무엇보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패션쇼장소를 스테이지와 플로어의 2곳으로 분리,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컬렉션 컨셉에 맞게 배경연출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돋보였다. 진태옥씨가 종이박스들을 쌓아놓은 창고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반면 송지오씨는 와인색 휘장을 둘러친 싸구려 무대같은 분위기를 내세웠다. 에스닉풍을 강조한 김동순씨는 플로어 곳곳에 돌더미와 들꽃들을 배치해 흥미를 돋궜다.
디자이너에 따라 수준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 입고싶은 옷이 많아져 다행스럽다』는 것이 패션전문지 「바자」 편집부장 정현선씨의 평. 반면 얇은 옷감이 선호되면서 옷입기 방식에서도 겹쳐입기의 묘가 부각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를 민감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보그」의 패션에디터 조명숙씨는 『독창성이 부족했고 백인백색이라고 할만큼 일관된 트랜드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SFAA컬렉션 발표 디자이너
▷진태옥◁
사이버 느낌과 태초의 이미지를 공존시킨 간결하면서도 구축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다양한 커팅선의 정교한 패턴이 일품. 남성복과 여성복에 다양하게 응용된 비대칭 커팅과 별을 상징하는 커다란 단추여밈, 검정과 아이보리색의 미묘한 배합 등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힘을 느끼게 한다는 평을 받았다. 가면같은 화장과 색실을 두른 헤어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다.
▷김동순◁
카멜색과 붉은 황토색을 앞세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에스닉풍 의상과 한편 야성적 활력이 느껴지는 표범 등의 야생동물 프린트무늬가 많았다. 가죽이나 벨벳에 부분적으로 얇은 스트레치소재의 시스루를 사용해 면분할 효과를 낸 옷들로 섹시함을 강조했다.
▷한혜자◁
빨강색을 기조로 톤다운된 감색과 검정색, 갈색과 검정, 갈색과 초콜릿색 등 세련된 색상배합과 주름이 잡히거나 누빔을 이용한 소재자체의 멋스러움에 촛점을 둔 안정감 있는 옷들을 발표했다.
▷지춘희◁
남성적인 느낌의 재킷, 무릎길이의 코트류에 하늘거리는 스커트를 조화시킨 정돈된 이미지의 의상들을 선보였다.
▷송지오◁
어딘가 모르게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매퀸의 냄새도 나지만 그래도 매력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군데군데 물감을 흩뿌린듯한 셔츠와 재킷, 이중광택 효과를 낸 재킷과 바지 등 처음 선보인 남성복들이 호평받았다. 걸죽한 파티와 늦은 잠에서 막 깬듯한 모델들의 연출이 드라마틱했다.
▷박윤수◁
간결하면서 입체적인 비대칭 커팅의 회색과 검정수트들로 섹시한 로맨티시즘을 선보였다. 록밴드를 동원, 분위기를 돋궜다.
▷장광효◁
모즈룩의 영향을 받았으나 한결 편안하고 세련미가 있는 실루엣. 슬림한 바지와 4∼5버튼의 재킷류, 무릎선의 코트류를 다양하게 선보였다.
▷김선자◁
빨강과 검정색을 기조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부각시켰다. 가슴선을 깊숙이 파낸 원버튼 재킷 등 날카로운 커팅선, 한복색상과 비녀, 댕기, 조각보 등을 변형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박항치◁
어깨선을 강조한 스포티 미니멀리즘. 노랑과 빨강, 그린, 바이올렛 등 화려한 색상을 사용했다.
▷이상봉◁
길고 가느다란 실루엣에 빨강과 검정색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패션쇼에 퍼포먼스를 가미하는 연출가적 소질을 이번에도 발휘, 무용가 홍신자씨를 출연시켜 뉴스를 만들기도 했다.
▷배용◁
엘레강스한 앙상블과 짧은 이브닝드레스들이 많았다. 트랜드와는 동떨어졌다는 평과 자기 고객에게 충실한 상품이었다는 평이 엇갈린다.
▷손정완◁
7부소매 재킷에 스커트를 조화시킨 복고풍 투피스들을 내놨지만 컬러와 실루엣, 소재의 사용에서 다소 진부했다는 평.<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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