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양국 투자패턴 비교국내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양의 투자」라면 일본기업들은 「질의 투자」로 특징지울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업체 대부분은 빚을 얻어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오는 반면 일본은 투자재원을 원칙적으로 자기자금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우리나라 설비투자의 특징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중 물건을 더 만들어내기 위한 투자(생산능력확대)가 69%를 차지한 반면 구조조정 및 연구개발(R&D)투자는 20.9%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은 생산능력확대투자가 44.3%였고 구조조정·R&D투자는 국내기업의 배가 넘는 42.8%에 달했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부진하고 재고가 쌓이는데도 국내기업들은 여전히 생산효율향상이나 기술·디자인 개발보다는 단지 더많은 물건을 찍어내는 데에만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물량 늘리기」투자는 비제조업에서 더욱 심해 국내기업의 산업합리화 및 R&D투자비중이 7.9%에 불과한데 비해 일본은 19.5%로 우리나라의 배가 넘고 있다.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은 양과 질의 투자철학도 달랐지만 재원마련방법도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설비투자자금중 빚이 60.9%였고 특히 제조업은 차입금이 72.8%에 달했다. 그러나 일본은 19.6%만 차입이었을 뿐 나머지 8할은 자기돈에서 충당했다. 은행돈은 결코 빚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출을 잘 끌어내야 유능한 경영인으로 치부되는 국내기업들의 관행은 이미 한보사태에서도 입증된바 있는데 국내 제조업투자의 차입금의존도는 90년 57.3%, 95년 67.8% 등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빚투자관행」에 따라 국내 제조업체들은 총투자액의 15%에 달하는 돈을 이자로 지출하고 있다. 일본은 금융비용이 7.3%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익율은 일본이 11.7%로 우리나라(6.3%)보다 월등히 높았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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