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내내 격앙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김영삼 대통령이 한보로 부터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가 그동안 무기력하다 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김대통령은 이날 김용태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김대통령은 온몸을 숙인채 매를 맞는 심정으로 일련의 사태를 감내해 왔다』며 『그러나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보도를 보고는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주재한 회의를 마친 수석비서관들은 비서실장실에서 다시 회의를 열고 언론은 물론 검찰과 야당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성토를 했다. 수석비서관들 상당수는 『이 정부를 근본적으로 와해시키려는 음모가 있다』며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언론과 야권, 방자한 검찰에 대해 정권수호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국가원수의 인격까지 모독하는 보도나 발언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참아왔다』며 『만약 앞으로 언론이 상식을 지키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도 내부기강을 강화하고 냉정함을 되찾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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