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서열 17위까지 올랐던 황장엽이 안기부와의 신문과정에서 북한은 제네바핵협정 체결(94.10)이전에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한반도는 물론 국제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권영해 안기부장이 국회정보위에서 보고하는 가운데 황은 이같은 정보를 차관급의 핵개발책임자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함으로써 이 진술이 적어도 정밀검증을 할 가치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이미 안기부는 미국과 이 문제에 대한 정밀추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94년 제네바핵협의에서 분명히 한반도 안전과 이 지역의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것과 남북한 비핵화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처를 계속할 것을 약속했었다. 이 약속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기구(KEDO)가 발족되어 북한에 경수로 2기를 건설해 줄 것과 연 50만톤의 중유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만일 북한이 황씨의 말처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유공급이나 KEDO의 경수로 건설진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비핵화를 전제로 중유도 공급하고 경수로 건설도 진행하고 있는데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가슴에 버젓이 품고 앉았다면 이는 중대한 약속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유엔 식량계획을 포함해 국내외의 여러 기관들이 북한식량난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선 판인데 만일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생각을 달리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북한은 스스로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밝혀야 한다. 적어도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명할 때까지 KEDO지원을 포함한 북한지원을 신중히 재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핵보유 문제가 「망명자」 황씨의 진술내용에서 터져나온 것이라는 점도 문제접근을 더 신중하게 하는 요소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핵보유문제는 아무리 신중히 대처해도 부족한 것이지만 황씨가 이 진술을 한 배경이 아직은 공개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가 과연 김일성사상을 버렸는지조차도 명확지 않아 그가 제공하는 정보를 모두 고가치의 것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정보는 여러 갈래로 많은 다양성을 갖고 있게 마련이고 그 정보가 가치있는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전문검토를 거쳐야 한다. 황은 특히 군사관계에 있었기 보다는 북한과 남한에 김일성사상을 퍼뜨리기 위한 주체사상이론가로 일해온 경력이기 때문에 그의 군사관계정보가 신빙성을 얻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그의 김일성주체사상에 대한 스스로의 비판이 나온 후에 나와야 순서인 것이다.
북한핵문제는 한반도평화와 안전을 위해 투명성이 입증돼야 할 문제이지만 이 문제의 추적과 더불어 황씨 입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과연 고가치를 갖는 것인가도 동시에 추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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