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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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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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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얘기는 하루 속히 청산해야 할 우리 사회의 불건전한 병폐 가운데 하나다. 자신이 일구었거나 경영했던 기업이 망했는데도 어떻게 기업주만은 온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천민자본주의라는 조롱을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가 만개한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파산을 다루고 있는 소위 「채프터(Chapter)7」에 따라 빚청산 잔치를 끝내고 나면 파산자에게 남는 것이라고는 대개 살고 있는 집과 사용중인 중고자동차 정도가 고작이다. 최소한의 연명만 배려받을 뿐이다. ◆아무리 신출귀몰한 사람이라 해도 회사돈을 빼돌린다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현찰 1만달러만 가져가도 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하는 철저한 실명제 때문이다. 신규대출을 불가능하게 하는 파산은 기업가에게는 곧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최근 이미 해체된 모그룹의 전회장이 사위를 통해 자기 재산을 되찾도록 하는데 물경 2백억원의 로비자금을 뿌렸음을 시인했다고 한다. 파산한 그가 무슨 돈이 그렇게 많기에 로비를 위해 2백억원이나 쓸 수 있었는지 벌려진 입이 안 닫힐 정도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나 그 그룹이 재기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의 경우는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말의 실증이 아니고 또 무엇일까. 그에게 엄청난 여신을 제공했다가 낭패 본 은행들은 채권확보를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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