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는 언제 완공되고 사업비는 모두 얼마나 들어갈까.정부가 책정한 경부고속철도 총사업비는 89년 5조8,534억원에서 93년에는 10조7,4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금 계산으로는 완공시까지 17조∼20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선변경 부실설계 부실시공 등으로 공사를 다시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완공시기가 2∼3년 늦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외국의 고속철도전문가들은 빨라야 2008년에나 완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기술이전은 더 어렵게 됐다. 정부는 프랑스 알스톰사와의 계약에 따라 내년부터 고속철도차량을 수입해야 한다. 철도는 없는데 차량부터 수입해야 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게 됐다. 최첨단의 철도차량이 창고에서 낮잠을 자게 된 것이다. 고속철도가 2008년 완공될 경우 계약에 의해 그 이전에 들여온 차량은 이미 중고차량이 되어 있을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의 졸속건설에 따른 국민경제적 부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엄청난 예산낭비는 차치하더라도 국민경제 전체가 부담해야 할 기회비용은 가히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 8차선고속도로나 복선철도의 건설을 추진했더라면 예산도 절반이하로 줄어들고 지금쯤 공사를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로 인한 물류비용절감액은 얼마나 되겠는가.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경부고속철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신한국당과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미착공구간(대전―부산)의 공사를 예정대로 할지, 아니면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한보철강이 민간실패의 표본이라면 경부고속철도는 정부실패의 표본이다. 실패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한보철강과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대가가 너무 크다. 「사과상자」를 뇌물로 받은 공직자들도 죄인이지만 국민경제에 수조원의 피해를 안긴 공직자들은 더 큰 죄인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도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