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교육장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파격이다. 영국 역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으로 교육장관직에 취임한 데이비드 블런케트. 올 50세인 그는 앞을 못보는 장애인으로 태어났다. 18년만에 정권을 잡은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총선전에 내건 공약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교육개혁이었다. 블레어는 자신의 공약을 실현할 인물로 블런케트를 선택한 것이다.블런케트의 경력을 보면 한마디로 「인간승리」의 연속이다. 4살때부터 부모곁을 떠나 맹인 특수학교에서 기숙하며 공부를 한 그는 한 가구공장의 직공으로 일하면서 셰필드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자서전 「맑은 날을 보며」에서 정상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기위해 주위의 모든 편견과 싸워야 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맹도견이 없으면 길조차 걷지 못하는 그는 누구보다도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몸으로 느꼈다. 나아가 영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는 신념을 갖게됐다. 그의 생각을 알아준 사람은 바로 블레어였다. 블레어는 94년 그를 섀도 캐비넷(그림자 내각)의 교육장관으로 임명했다. 맹인 최초의 하원의원인 그의 의정활동을 살펴볼 때 비록 장애인이지만 정상인보다 훨씬 일을 잘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그는 3년의 수습기간중 노동당의 교육정책을 마련하는 등 그자리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는 평소 『모국어인 영어조차 제대로 읽고 말하고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초등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장관 취임후 그가 맨처음 한 일은 초등학교 등 3만여개 학교의 교장에게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협조해달라는 사신을 보낸 것이다. 50년동안 한치앞을 볼 수 없었던 그이지만 몸과 마음과 머리로 영국의 100년 대계를 설계하고 있다. 그가 보는 미래는 자서전의 제목처럼 「쾌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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