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단체 성격 기업노조와는 달라/근로자여부 시비 노동법 참뜻 왜곡3월13일 제정돼 시행중인 현행 노동관계법의 가장 중요한 성과중의 하나는 무엇보다도―상급단체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복수노조의 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복수노조는 근로자들의 단결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며, 노동운동의 자유경쟁을 통해 근로자들의 참여기회를 넓히고 다양화하는 것이다. 차제에 건전한 노동운동이 활성화하고 노조의 선명성이 확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설립신고를 둘러싸고 법해석상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8일 정부는 민주노총이 제출한 노조설립 신청서에 대해 일부 임원진과 산하 연합단체 구성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라며 신청서를 반려했다.
민주노총 설립의 걸림돌이 되고있는 것은 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일부 임원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노총의 권영길 위원장과 일부 임원은 소속회사에서 정년을 맞이했거나 해고가 확정됨으로써 이미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제2조 4호). 따라서 근로자가 아니므로 조합원이 될 수 없고, 조합원이어야만 될 수 있는 임원의 자격을 현 집행부의 간부들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원래 위의 법규정은 기업별 조직의 노조에 적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조직의 최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설립에 있어서도 이 규정이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가? 노동관계법의 집행책임을 맡고 있는 노동부도 그 해석의 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지난번 노동관계법의 개정과 관련해서 『개정법이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전제로 하는 법규정들을 그대로 놓아둔 채로 상급단체의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기업별 단위의 단체협약 체결을 그 주된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면 당연히 그 기업체의 근로자여야 하지만 특정기업과의 단체협약 체결을 직접적인 활동목적으로 하지않는 상급단체(연맹이나 총연합단체)에 있어서는 반드시 종업원 신분을 가진 근로자만이 조합원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기업별 조직을 겨냥해 만든 노동법규정은 기업별 노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만일 이러한 규정들이 그 규정의 취지에 반해서 초기업적 상급단체에까지 적용되어 노조의 설립이나 활동을 저해하고 제한한다면 이는 노조법 자체의 모순을 드러내는 일이며 단결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상급단체인 노조는 기업별 노조와는 그 활동의 성질과 범위를 달리한다. 연맹이나 총연합단체는 산하단체들을 단합·지도하면서 초기업적 차원에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사회적·경제적·정치적으로 보호, 개선해가는 단체이다. 민주노총의 설립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민주노총이 표방하는 조합활동의 목적이 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임원의 「근로자자격」여부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은 노조법의 규정을 왜곡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노사관계의 실현을 추구하는 새 노동법이 복수의 상급단체를 허용하고 있다면 필경 그 뜻은 한 차원 높은 지평에서 노동운동의 전개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해석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에는 노동조합의 활동은 기업별 차원에서 산업별 또는 지역별로 발전되어야 하고 근로자들의 문제를 안심하고 노조에 맡길 수 있는 체제가 제도화해야 한다.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자들의 사회적 참여가 진정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상급단체의 설립심사는 그 단체의 목적활동에 부합하는 실질적 판단을 기초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조의 건전한 발전과 정착에 힘써야할 시대가 도래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노동법>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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