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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출구가 안보인다”

입력
199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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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현철­대선자금 발묶여 석달째 허우적/청와대 구심점잃고 무기력 당 사사건건 대립「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여권이 한보사태와 김현철씨, 그리고 대선자금 문제라는 암초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벌써 석달째. 여권은 국면전환의 계기를 찾기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한보비자금 수수설, 현철씨의 잉여 대선자금 관리 및 돈세탁설 등 여권핵심부의 집권기반을 위협하는 악재들이 검찰수사과정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여권이 정국수습의 분기점으로 설정하고 있는 현철씨에 대한 검찰소환과 사법처리는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권이 구심점과 통제력을 상실한 채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집권후반기 권력누수에다 잇단 정치·도덕적 타격으로 현상황에 대한 대응능력과 의욕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당은 당대로 대선후보경선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당내 제세력간 이해관계 때문에 정국주도를 위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8일 열린 신한국당의 고위당직자회의는 이례적으로 1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의제는 물론 현 난국타개방안이었다. 그러나 『걱정만하다가 회의를 마쳤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회창 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시종 듣기만 했다는 전언이다. 박희태 총무는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곤혹감을 토로했고, 신경식 정무1장관은 『무슨 뾰족한 대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당내일각에는 검찰의 수사태도에 대한 볼멘소리가 불거져 나오기도 한다. 『검찰이 수사를 질질 끌면서 일부 수사결과를 언론에 흘리는 데는 어떤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의원들사이에는 『현철씨를 이른 시일내에 사법처리토록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그나마 여권이 내밀 수 있는 국면전환카드는 본격 경선국면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이대표와 다른 후보들의 입장차이로 현재로선 행동통일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아니라 오히려 당의 분열상만 노정시킬 공산이 크다.

결국 경선 레이스는 현철씨 구속에 이은 김대통령의 「입장표명」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권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사태수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상황전개에 무기력하게 끌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같은 정황때문이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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