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남천 송수남(홍익대) 교수는 「촌놈」이다. 전주의 농가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히 그렇지만 서울생활 반세기가 다 되도록 한국화의 새 경지를 열어왔다는 평을 받는 그의 작품과는 달리 촌티를 벗지 못했다. 이처럼 여일하게 시골냄새를 간직하기란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우직하게 생긴 모습도 그렇지만 차림도 그렇다. 머리 한가운데를 달리는 가르마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누어 빗은 스포츠형의 짧은 머리칼이나 테가 가는 안경은 풍성한 몸매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나마 정장을 하는 것도 보기가 힘들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달라치면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싱겁게 씩 웃는 것으로 어색함을 감춘다. 투박스러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막걸리 사발이라도 내밀며 「설명은 무슨 놈의 설명, 보는 대로지」하고 얼버무리는 것이 훨씬 그답다. ◆붓을 잡으면 그의 우직함은 한층 빛이난다. 책상 앞에 반바지 차림으로 궁상맞게 쭈그리고 앉아 답답할 정도로 붓질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마치 구도자가 된 듯하다. 그래서인지 붓끝에서 피어 오르는 묵향도 텁텁한 촌놈처럼 한없이 깊고 그윽하다. ◆남천의 회갑기념집 「우리 시대의 수묵인 남천」이 발간됐다. 쑥스러운지 「회갑 이야기만은 하지 말자」고 하지만 제자들이 스승의 수묵사랑을 모아 담았다. 전시회도 마련했다. 이는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침몰 직전에 있는 한국화의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온 데에 대한 훈장이자 앞으로의 기대라고 할 것이다. 끝없는 정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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