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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수사 부진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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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수사 부진하다(사설)

입력
199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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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정확한 권력형 비리내용과 사법처리시기가 수사초점인데도 모호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당초 한보청문회 이후 김씨를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문회가 끝난지 1주일이 되도록 소환시기는 불투명하며 현철씨 소환의 전단계라 할 수 있는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의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물론 검찰은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것이다. 기업이나 고교동문 등이 현철씨에게 직·간접적으로 준 돈의 대가성 여부가 불분명하고 지금까지 확인된 액수만으로 사법처리할 경우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같다. 검찰 내부에서도 두 김씨의 소환문제로 이견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대선자금문제는 검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같다. 검찰은 이 문제가 수사의 본류가 아니며, 대선자금 수사를 거론하는 것은 수사방향을 흐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칼로 무 베듯이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두 김씨의 비리행적이 하나씩 밝혀져 의혹은 증폭돼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두 김씨에게 입맞추기, 증거인멸과 조작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준 셈이다. 이들이 청문회 이후 몰래 만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책과 검찰에 나가 진술할 내용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김기섭씨는 미국으로 도피한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의 귀국을 저지하는 공작을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현철씨가 13억원을 받았다고 측근을 통해 흘린 것도 수사의 진전을 방해하는 물타기라는 의혹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국회청문회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한다는 원칙을 밝혔고 수사팀 교체 후 위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 정면수사를 다짐했었다. 그러나 검찰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론 떠보기·눈치수사를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같은 의심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현철씨는 청문회증인으로 나와 눈물을 흘리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그 중 상당부분이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 김기섭씨의 경우 청문회는 물론 그 이전 기자들과 만났을 때 자신의 종교까지 들먹이며 맹세코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이같은 위증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본인들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는 것이 일반국민의 법감정이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단순한 형사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아니라 사회전반의 흐름과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법에 있어서는 일반형사사건의 경우처럼 담백하게 정도를 밟아가야 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위와 옆을 돌아보지 않는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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