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만한 내용」 찾기 고민/계좌추적 부진에 대선자금까지 돌출 곤혹검찰의 김현철씨 수사는 종반에 접어들면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핵심 관련자들이 해외 도피중인데다 수사의 본류에서 벗어난 대선자금 문제라는 장애물 때문이다.
물론 검찰은 김씨를 당장이라도 사법처리할 수 있다고 밝힌다. 사법처리할 수 있는 범죄증거는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김씨를 적당한 선에서 사법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과정에서 단서가 포착된 비리에 대해서는 말끔하게 수사를 하는 것이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진 의혹을 해소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한 두가지 혐의만으로 김씨를 구속하고 끝내면 여론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사법처리 시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내용이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대통령의 아들을 사법처리하는데 고려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최소한 김씨나 여론이 모두 납득할 만한 수준의 범죄혐의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김씨 측근인 박태중씨가 12억7천만원, 김희찬씨가 10억원을 받았는데 김씨가 받은 돈이 이보다 적다면 설득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김씨의 자금조성 규모와 행방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미 김덕영(두양) 신영환(신성) 최승진(우성)씨 등 김씨의 경복고 선배 기업인들이 김씨에게 1억∼7, 8억원대의 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또 측근인 박태중씨로부터도 4억5천만원의 활동비를 지원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이 설립한 (주)동보스테인레스에 김씨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동보가 포철의 스테인레스강 독점판매권을 갖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성호씨가 95년 전국 7개 유선방송을 집중 매입했으며, 김씨의 측근인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이 한솔그룹에 수십억원을 맡겨 관리해온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같은 거액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이 돈이 김씨 돈이라면 기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이나 이권청탁의 대가로 받았거나, 대선자금으로 쓰고 남은 돈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검찰은 자금관리를 맡았던 인물들에 대한 조사와 계좌추적을 통해 이같은 추론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입증해줄 핵심인물인 이성호씨와 자금관리 실무를 담당했던 김종욱(40·공인회계사)씨가 미국에 도피하고 있어 획기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이씨의 귀국을 막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수사에 장애물이 적지않음을 내비쳤으나 8일에는 이들 귀국에 다소 희망이 있음을 시사했다.
계좌추적작업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대부분의 자금이 돈세탁을 거친데다 타인명의로 위장 분산해 놓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재륜 중수부장을 비롯한 수사팀의 표정이 최근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인 듯하다.
검찰은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심 중수부장은 『수사를 조기에 끝내기를 바라는 세력이 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의지를 재확인했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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