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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매물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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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매물 쏟아져 나온다

입력
199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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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대기업 잇단 도산에 돈줄 막혀 M&A사 ‘문전성시’/지난해말 2배 넘는 2,000여개 달해… 매매성사는 드물어기업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황과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로 자금시장이 경색된 이후 돈줄이 막혀있는 기업들이 복덕방에 집을 내놓듯 회사를 기업인수합병(M&A)전문사에 속속 내놓고 있다.

8일 재계와 M&A전문사들에 따르면 매각대상으로 시장에 나온 기업매물이 M&A전문사별로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60∼70개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티드M&A사의 백선종(31) 차장은 『기업 매각 상담을 의뢰해 오는 사례가 하루에 적어도 2∼3건으로 지난해말보다 2배이상 늘었다』며 『매물이 넘쳐 매각의뢰를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스턴M&A사의 이천식(30) 과장도 『전화문의까지 합하면 기업매매상담건수는 한달에 70건을 넘는다』며 『수개월이상 계속 매물로 남아있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매각대상 기업을 여러 중개전문사에 맡기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국 150여 중개 전문창구에 나와있는 기업매물은 최소 2,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의 규모는 중소기업이 대종을 이루지만 대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성사된 미원과 금호의 미원유화 매매와 나산그룹의 한길종합금융 매각 등이 대기업의 M&A로 분류된다. 중소기업중에도 건설 자동차부품 전기기기 특수제지업체 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물로 나온 기업의 자산규모는 대개 20∼30억원 규모로 부채를 제외하고 중개사들에게 받아달라는 기업의 가격은 10억원정도가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서는 유망사업으로 꼽히던 멀티미디어 업체들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망하다고 해서 너도나도 멀티미디어쪽에 뛰어들었다가 경쟁에서 1차 탈락한 기업들이 매각대상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것이 전문사들의 분석이다.

대신 매각대상 기업을 사겠다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구체적으로 기업의 매매가 성사되는 사례는 많지 않은 상태다. 프론티어M&A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매각대상기업을 물색하는 사업가들은 주로 전자나 통신업체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 기업매물이 쌓이고 있는 것은 불황으로 자금줄이 막힌데다 이처럼 업종간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고 한계사업 정리 등으로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진전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산업간 구조조정 등이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기업매물은 앞으로 상당기간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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