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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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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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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방식은 지역마다 집안마다 다르다. 그래서 예부터 가가례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 집이든간에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은 조율시이 다시 말해 대추, 밤, 감, 배의 순서로 차리고 이 가운데 대추 밤 감(또는 곶감)은 빠지지 않는다. ◆이 세가지 과일이 제사상에 꼭 오르는 연유는 이들의 생물학적 특성이 각기 우리의 효사상과 상징적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추는 꽃마다 기어코 열매를 맺는 성질이 있어 자손이 번성해야 함을 뜻한다. 감나무는 반드시 접을 붙여야 고욤(감과 비슷하나 이보다 작은 열매)나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자손에게 혼배나 학문의 필연성을 가르쳐 효의 근본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밤은 그 이유가 조금 더 특별하다. 모든 열매는 땅에 심으면 뿌리와 줄기가 자라도록 양분이 된 후 썩어 없어지게 마련이나 밤나무는 아름드리가 되어도 씨밤이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뿌리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밤을 반드시 제사상에 올리는 까닭은 되묻지 않아도 분명하다. 조상을 통해 후손이 영원히 이어짐을 뜻하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모체에 대한 사모의 표시인 셈이다. 그래서 조상의 위패도 밤나무로 깎아 만든다. ◆8일은 어버이날. 급속한 산업화가 핵가족화를 가속시키면서 홀로 사는 노인을 늘어나게 하고 있다. 자식에게 덤이 되기 싫어 홀로 살다 자식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한 노인들의 사연이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효자 노릇하기가 어지간히 힘들다는 세상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제사상에 세가지 과일을 올렸던 옛사람들의 깊은 뜻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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