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경쟁력강화는 우리나라 금융의 사활적 문제다. 이와 관련한 최대 현안의 하나가 은행의 소유구조다. 시중은행의 주인을 찾아줄 것이냐, 아니면 현행대로 전문경영인체제로 유지할 것이냐다.금융개혁위가 현재 이 문제를 주요 사안의 하나로 집중 논의하고 있다. 금개위는 7일 시중은행의 소유지분을 1인당 최고 4%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10% 안팎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 열띤 논의를 벌였으나 합의를 보지 못하고 오는 17일께 다시 논의키로 했다는 것이다. 금개위의 지분확대 논의는 재경원측의 의견도 참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선 주인을 찾아줄 것이냐의 여부부터 분명히 하는 것이 선결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재정경제원의 입장은 그렇게 선명치가 않다. 주인을 찾아주기는 하되 산업자본(재벌)의 시중은행지배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재계와 학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산업자본이 아니고 은행을 인수할 순수한 자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재경원이 금융전업군과 금융전업가에 대해서는 은행주식을 8%까지 매입할 수 있게 허용, 사실상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으나 자격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어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재경원은 정말 시중은행의 주인을 찾아줄 생각이 있으면 금융전업군이나 금융전업가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재경원이 재벌의 시중은행 지배를 허용치 않겠다는 것은 옳다. 재벌이 시중은행을 사금고화할 가능성은 아직도 얼마든지 있다. 이번의 한보사태가 이를 입증한다. 상호신용금고, 종합금융 등 제2금융권 기관 소유 재벌이나 대기업들이 자금난에 몰린 경우 모두가 자사소유금융기관을 사금고화했다. 대재벌그룹이라 하여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5대 재벌그룹들을 포함하여 30대이상 재벌그룹들은 모두가 시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고 있고 또한 상당수가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세계적 그룹이나 재벌그룹들은 자본시장 등 직접금융에 주로 의존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상호보완 속에 독립적으로 발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현상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금융자본의 재벌그룹 사금고화에 대한 폐해는 재벌그룹의 금융과정 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의 안정성을 본질적으로 저해,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우리 경제여건 아래에서는 재벌의 시중은행지배는 허용될 수 없다.
현행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에 이겨낼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금융전업가나 금융전업그룹을 발굴하거나 배양할 수 밖에 없다. 오는 98년 12월이면 금융산업이 거의 완전개방된다. 정부로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재정경제원은 1인당 주식지분한도를 현행 4%에서 8∼12%로 끌어 올린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지배를 막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금융전업자본을 육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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