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직전 “정치금융 검은 커넥션” 폭로한 은행가의 자살로 오스트리아 정계와 금융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가 자살하면서 정계와 금융계의 검은 커넥션을 낱낱이 폭로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컨트롤방크(OEKB)의 게하르트 프라샤크 이사는 지난달 26일 빈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리벌버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직전 그는 은행의 내부문서와 이사회 회의록 메모 등 120쪽의 자료를 3개 야당과 주요 언론사, 검찰에 보냈다. 자신의 신상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들을 상세히 묘사한 일기장도 남겼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은행 임원인사 개입, 이를 둘러싼 암투, 정치권을 배경으로 한 은행의 탈세비리 등이 담겨있다.
프라샤크의 자살은 프란츠 브라니츠키 사민당 전총리의 비서출신으로, 올초 문화장관직에서 물러난 루돌프 숄덴이 그의 자리에 차고 들어온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1월 OEKB의 대주주인 오스트리아은행(BA)과 크레디트안슈탈트(CA)가 BA로 합병되자 BA의 이사직을 노리고 있었다. 때문에 승진은 커녕 자리마저 빼앗기게 된 그는 자신의 퇴진이 정치적 압력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빅토르 클리마 총리를 비롯, 재무장관 등이 숄덴을 지원해 자신이 쫓겨나게 됐다고 항변했다.
사실 프라샤크도 브라니츠키 전 총리의 비서출신이라는 후광을 업고 40대에 연봉 430만실링(3억8,000만원)의 OEKB 이사직에 취임한 바 있다. 다만 당시의 「낙하산 인사」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엔 자신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는 OEKB가 94년결산에서 1억4,000만 실링(110억원)을 탈세했고 여기에 BA와 CA총재가 개입됐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정·금융 커넥션이 사실로 확인되자 금융비리와 함께 정치인들의 「자기사람 챙기기」에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일간 디 프레세는 『총리와 장관들이 키워주는 경력자들 때문에 오스트리아가 「비서공화국」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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