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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와 태양의 땅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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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와 태양의 땅 멕시코

입력
1997.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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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과 푸른 카리브해… 신비와 유혹을 만난다편견과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통쾌함에서 여행의 참맛은 우러나온다. 어리석고 야비한 사람들, 범죄가 들끓고 가난에 찌든 나라 등의 선입관은 멕시코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사라진다.

수도 멕시코시티가 품고 있는 위대한 마야문명의 흔적들은 악명높은 대기오염에 불평을 터트릴 겨를마저 앗아간다. 다리가 저려올 때까지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칸쿤의 푸른 해변과 달콤하게까지 여겨지는 맑은 공기. 유독 이곳에만 축복을 내린 듯 해 조물주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치첸이사와 테오티와칸 등 이 나라에서 꽃핀 고대문명의 흔적을 밟아가는 동안 남루한 옷차림이지만 고개를 빳빳히 든 채 어깨를 펴고 살아가는 그들의 자존심이 괜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알면 알수록 그들의 문화에 고개가 숙여지고, 씹으면 씹을수록 여행의 단맛이 나는 곳, 그 곳이 바로 멕시코다.

○용머리조각 제단 옛모습 그대로

▷치첸이사◁

유카탄반도 중심에 자리잡은 이 곳은 고대 마야문명의 신비함이 묻어난다. 시공을 뛰어넘어 마야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출입구에서 피라미드 엘 카스티요로 연결되는 100m거리의 길은 고대의 원형이 그대로 살아있다. 평평한 길바닥이 길가보다 조금 도드라져 있다. 마야인의 도로포장방법이다. 마야인들의 천문학 기술을 보여주는 엘 카스티요의 높이는 30m. 규모와 정교함이 현대인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신 쿠클칸에 제사를 올리던 제단이다. 계단입구에 용의 머리가 조각돼 있다. 서양인들은 이를 뱀이라 하지만 동양인 특히 우리나라 사람의 눈에는 아무래도 용에 가깝다. 사방으로 91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맨위의 네모난 제단이 있으니 계단이 365개인 셈이다. 마야인이 태양력을 사용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다리힘이 없는 사람은 엘 카스티요에 올라가지 않는 게 좋다. 꼭대기에 서면 눈앞으로 펼치지는 광활한 정글이 장관이지만 내려올 때 여간 무섭지 않다. 경사가 50도로 무척 가파르다. 겨우 내려와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을 멕시코인 가이드에 지적하니 『아직 한 번도 사고가 없었다』며 웃는다.

엘 카스티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삼각형 모양의 거대한 9개의 돌. 돌 사이를 빛이 지나가면서 만들어 내는 형상은 너무 놀라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해마다 3월20일 춘분이 되면 마치 용이 하강하는 듯하고 9월20일 추분에는 승천하는 모습이 만들어진다. 봄철에는 농사를 돕기 위해 신이 내려오고, 가을 추수 후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는 해석이 실감난다. 엘 카스티요 북쪽 계단 앞에서 손뼉을 쳐보라. 꿩소리가 메아리쳐 온다. 피라미드의 돌무덤을 두드리면 실로폰소리가 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속이 빈 돌을 교묘하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돌로 만든 신시사이저라고나 할까. 지난 4월19일 바로 여기에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공연이 열렸다. 파바로티는 자신의 목소리를 마야인의 음향장치에 실어 마야인에게 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툴룸은 카리브해안과 닿아있는 마야유적지. 고고학적 가치는 떨어지지만 고대의 유물과 쪽빛 바다의 어우러짐이 관광객의 발을 잡아 끄는 곳이다. 유적지 안의 해변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

○30㎞ 해안따라 호텔 100여개

▷칸쿤◁

완벽한 계획아래 조성된 휴양지. 카리브해가 빚어낸 천혜의 자연을 한껏 살렸다. 태평양 최초의 해변휴양지라는 아카풀코의 명성이 빛을 바랠만큼 절경이다. 한해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30㎞ 가량되는 해안을 따라 100여개의 초현대식 호텔이 줄을 잇는다. 훌리오 이글레이시아스, 아놀드 슈왈제너거, 실베스터 스탤론 등 스타들의 별장도 여기에 있다.

칸쿤해변에서는 꼭 선글라스를 끼는 게 좋다. 아슬아슬한 비키니수영복의 팔등신 미녀들도 눈부시지만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백사장을 맨눈으로 쳐다보면 눈이 아프다. 일광욕이나 에머랄드빛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일에 싫증나면 모터보트, 제트스키를 타는 것도 재미있다. 요금은 50∼60달러.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스노클링은 30달러로 즐길 수 있다.

칸쿤에서는 나이트 라이프도 색다르다. 60달러만 내면 「망고탱고」에서는 카리비안쇼, 「컨벤션센터」에서는 멕시코 포크댄스, 「집시」에서는 집시댄스를 보며 멋진 저녁과 술을 대접받는다. 흥이 절로 나 무대위에 뛰어 올라가 금발미녀와 신나게 몸을 흔들면 그것만으로도 멋진 추억이 된다.

○세계 3번째 크기 피라미드 위용

▷멕시코시티◁

정복자 코르테스가 건설한 소칼로광장이 제일 먼저 들르는 관광코스. 광장 북쪽에는 바로크양식의 화려함을 간직한 카테드랄, 남쪽에는 연방정부청사가 자리잡고 있다. 동쪽의 국립궁전에는 대통령관저 재무부 국립문서고 등이 있다. 국립인류학박물관 관람은 여행의 백미. 고고유물을 시대별로 소장하고 있다. 반나절에 둘러 보기에는 아쉬울만큼 볼거리가 많다. 이집트에만 피라미드가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은 테오티와칸을 꼭 둘러보자. 멕시코시티에서 북동쪽으로 50㎞가량 떨어져 있다. 150년께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해의 피라미드를 비롯해 250∼600년 사이에 지어진 많은 피라미드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해의 피라미드는 높이 70m, 밑변 220m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크다. 맑은 날에 피라미드 정상에서 바라보는 멕시코 계곡의 경치가 일품이다. 햇빛이 강해 선글라스와 모자가 필수적.

플라자 데 멕시코는 6만4,0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세계 최대의 투우장. 일요일 하오 4시에 투우가 열린다. 어스름 무렵 가리발디광장에 나가면 마리아치(거리의 악사)를 만날 수 있다. 10달러 정도만 내면 기타 트럼펫 바이올린과 전통악기인 이타론 비구엘라의 반주에 맞춰 베사메무쵸를 들려준다.

◎이것만은 알고 갑시다/일교차 심해 감기약 필수/택시 탈땐 미리 요금 정해야

설사약 외에 감기약도 필수품. 일교차가 심해 감기에 걸리기 쉽다. 중남미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멕시코는 치안이 괜찮은 편. 그래도 낯선 곳에서는 늘 신체의 안전과 소지품 걱정을 해야 한다. 복잡한 곳에서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신경쓸 것. 한적한 밤거리를 혼자 거니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화폐는 페소. 1달러는 3.1페소. 달러도 불편없이 쓰인다. 출국전 달러 환전시에는 소액권을 많이 챙기는 게 좋다. 달러로 물건값을 지불하더라도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거스름돈을 페소로 내준다. 로스엔젤레스를 거쳐 멕시코시티로 들어가는 방법이 보편적 코스. 필리핀항공과 멕시코항공의 연결편을 이용하는 것이 값도 싸고 무난하다. 칸쿤같은 관광지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는 미리 목적지를 대고 값을 정한 뒤 타는 게 좋다.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가격을 흥정하지 않고 탔다가는 바가지요금을 낼 우려가 있다.<멕시코=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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