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재계반발 등 숙제『아이아코카와 같은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거대 공기업을 수술하겠다』 새정부 출범 첫해인 93년 12월 요란스럽게 추진됐던 공기업의 민영화가 6일 이런 방향으로 최종 가닥이 잡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매각을 통한 민영화」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수정한 공기업민영화방안을 재계의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고수,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안은 정반대의 방향을 가정해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재정경제원 서승일 국고국장은 『국민들의 부담으로 키운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할 경우 경제력 집중문제는 물론 증시와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을 야기할 수 있는데 적절한 보완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한국중공업 등 4대 공기업의 매각은 재벌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지난해말 이들의 자산은 한국통신이 무려 14조1,556억원에 달한 것을 비롯, 담배인삼공사 3조4,685억원, 가스공사 3조3,005억원, 한국중공업 2조8,442억원이다. 인수할만한 기업도 넓게 잡아 10대 재벌이다. 정권말기에, 그것도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알짜」 공기업을 몇몇 거대재벌에 넘길 경우 6공말 제2이동통신사업자선정 때처럼 엄청난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한 문어발식 확장과 선단식 경영에 익숙한 재벌이 공기업의 경영을 맡는다고 해서 과연 경영혁신을 거둘 수 있을지도 낙관할 수 없다.
문제는 거대공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체제가 얼마나 실효성있게 운영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정부안은 유능한 CEO를 공개모집 또는 영입한뒤 그가 약속한 경영·공공이익 목표에 따라 실적급과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을 제공, 책임경영을 유도한다는 것이나 여전히 제약이 많다. 비록 회계검사로 좁혀졌지만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하고, 정부가 1%라도 지분을 보유하는한 전기통신사업법 등 개별사업법에 의해 경영에 관여할 소지가 남아 있다. 정부는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 경우 주무부처의 포괄적 지도감독을 개별사업법의 규정에 따른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축소할 예정이지만 「필요한」 「최소한」이 상당히 애매한 조항이다. 더구나 정부안을 담은 특별법의 시행시기도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초여서 자칫 새정부에 의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는 이같은 정부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의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은 경영외적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경영효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고 그 부담을 결국 민간기업에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는 공기업의 경영을 획기적으로 혁신시키기 위해서는 민영화촉진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재열·정희경 기자>이재열·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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