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 무임금·변형근로 등 새 조항/단체협약에 삽입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노동법 개정 이후 처음인 올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는 임금보다 단체협약을 둘러싼 노사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있다.
무노동무임금, 변형근로제 등 새 노동법의 핵심조항을 단체협약에 반영시키려는 사용자측과 이를 무력화하려는 노조측의 입장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 올해 임·단협은 예년보다 오히려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4월말 현재 쟁의발생 신고를 낸 사업장은 73곳으로 지난해보다 32.1% 줄어 들었다. 또 노사분규는 지난해보다 8건 많은 11건이지만 모두 타결됐다. 그러나 노사 양측 모두 『아직까지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단체협약을 둘러싼 마찰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련 서울지부 서창호 사무차장은 『예년 이맘때면 단체협약 타결률이 20∼30%정도 됐지만 올해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노사가 단체협약에 무노동 무임금이나 변형근로제 등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뀐 노동법 조항도 단체협약에 반영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데다 올해 협약이 앞으로 선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노사가 모두 단단한 각오를 다지고 있기 때문.
노동계는 고용안정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교섭을 상급단체에 위임해 「노동법의 단체협약 반영」에 공동대응하자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각 사업장에 내려 보낸 「97년 단체협약 체결지침」을 통해 ▲노조전임자 급여의 단계적 감축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임금협약의 유효기간 연장 등을 관철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불황과 사회전체적 고용 불안정 분위기를 타고 임금을 동결하거나 단체협약 개정을 회사에 위임한 무교섭 사업장도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노조규모가 크고 고용이 안정된 대기업 노조들의 움직임이다.
올 단체협약 개정을 회사측에 위임한 대우전자 노조 우택욱 사무국장은 『경기침체 등을 고려해 3월7일 대의원대회에서 임금동결과 단체협약 위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우전자측도 이에 대해 『고용안정과 주택융자 등 복지후생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련 서울지부 정문주 통계조사차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교섭 사업장이 늘어나는 바람에 하청 중소기업 노조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면서 『사용자 위주로 노동법이 바뀌었다는 부담감 때문에 노조의 교섭력이 약해지고 있는 흐름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정치참여/노동자들 바쁜 발걸음/대선·지자체선거 노동계 후보 지원 계획/노동정당구성 제한 현행법 개정 청원도
1일 있었던 제 107주년 노동절 기념식에서 박인상(한국노총), 권영길(민주노총) 양대노총 위원장은 약속이나 한듯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지역 할거주의와 보수금권정치 타파,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조직적 투쟁 등을 담은 결의문도 발표됐다.
노동조합의 현실정치참여는 집회 때마다 빠짐없이 언급되던 메뉴다. 그러나 올해는 유달리 힘이 실려 있다. 노동계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해 온 구노동법 12조 「정치활동 금지 규정」이 개정 노동법에서 삭제됨에 따라 노동자의 정치참여가 원칙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양대 노총은 다가올 대선과 지자체 선거 등에서 노동자와 서민의 권익을 대변할 범노동계 후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재벌 중심의 왜곡된 경제구조 타파, 세제개혁, 사회보장제도 정비 등 경제·사회 민주화를 위한 중장기 정책 대안도 마련 중이다. 이와 함께 활발한 정치·정책 활동을 통해 노동법의 민주적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미 발빠르게 공선협에 가입했고 중앙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선 및 내년 지자체 선거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민주노총도 이달중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가칭 「정치개혁선언」 발표를 시작으로 전국 노동자 1만명으로 구성되는 「정치실천단」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최호철(37) 상임기획위원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정치세력화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치실천단」은 이런 요구를 구체적으로 담는 그릇이자 정치교육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세력화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노동정당 구성을 위한 논의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법적, 제도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근본적으로 노동자 스스로가 지역색 정치의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논의는 자칫 노동계를 사분오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인식 아래 양대 노총은 일단 지역감정 극복, 재벌 중심의 정경유착 근절 등 선행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역량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본격적인 정치참여는 처음부터 정부, 사용자와의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개정 노동법에 「주로 정치운동을 하는 경우」를 노조 결격사유로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고, 「정치자금법」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등 관계법령도 노조의 정치활동에 일정한 제약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한국노총은 이미 관계 법령 개정청원을 제출했고, 민주노총에서도 6월 임시국회를 겨냥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황동일 기자>황동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