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청구 번거롭다” 접수 거부헌혈증서가 홀대받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받은 고귀한 증서를 휴지처럼 취급해 말썽이다.
헌혈증서는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자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소지자가 원하면 장당 4백㏄의 혈액을 무상 제공받을 수 있으며 혈액관리법 시행령은 의료기관이 헌혈증서 소지자에게 무상수혈을 거부할 경우 1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강제규정에도 불구, 실제로 대부분의 병원은 헌혈증서를 접수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6일 서울 D병원은 환자 김모(45·상업)씨가 제시한 헌혈증서 2장의 접수를 거부, 원무과 직원과 환자 가족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병원측은 『병원이 혈액원에 비용을 청구해 되돌려 받기까지 절차가 너무 번거로워 헌혈증서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광주 모병원에 입원한 박모(23·학생)씨도 출혈로 4백㏄ 혈액 4봉지를 수혈받았다. 박씨는 치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주변에서 모아준 헌혈증서 5장을 제출했으나 병원측이 역시 접수를 거부, 혈액비용을 포함한 치료비 전액을 내야했다. 박씨는 『최소한 법에 규정된 시민의 이익은 보호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같은 경향은 혈액소비량이 적은 중소 병·의원에서 특히 심한 편이다.
현재 4백㏄혈액 한봉지 수혈비용은 평균 2만4천원 정도. 헌혈증서 소지자에게는 의료보험조합이 80%를 부담하고 적십자 중앙혈액원이 나머지 20%를 부담하는데 병원이 혈액원에 헌혈증서를 보내 20% 해당금액(4천여원)을 환급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병원들은 「푼돈」을 돌려받기 위한 이같은 절차가 귀찮다는 이유로 헌혈증서 접수를 기피하는 것이다. 더구나 환자들은 진료과정의 불이익을 두려워 해 대부분 병원측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지영춘(여·45) 헌혈홍보과장은 『헌혈을 장려하고 헌혈자를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병원들의 무관심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병원협회 등을 통한 계도와 함께 상습적인 헌혈증서 접수거부 병원에 대해서는 당국에 고발하는 등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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