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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공간의 새싹들/이계성 주간한국 부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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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공간의 새싹들/이계성 주간한국 부차장(앞과 뒤)

입력
199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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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의 아이들 세상」이었던 지난 5일 아침 눈이 일찍 떠졌다. 아이들을 깨워서 데리고 나갈까하다가 그냥 혼자 집을 나섰다.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매봉산에는 전날 비가 왔기 때문인지 연두빛 신록들이 푸르름을 더해 눈이 다 시렸다. 오솔길 여기저기 하얀 팥배꽃잎 조각들이 눈송이처럼 흩어져있다. 철쭉은 한물 갔고 작은키의 노린재나무 흰꽃은 막 피어나려는 참이다. 단언컨데 일년중 숲은 요즘이 가장 아름답다.눈만 즐거운게 아니다. 숲속은 온갖 새들의 노래로 가득 차있다. 꾀꼬리의 고운 소리는 마치 영혼의 갈피를 어루만져주는 것같다. 쑥새와 딱다구리소리, 투박하기 이를데 없는 장끼 소리도 들린다. 그놈들은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진리를 잘 알고있는 듯 새벽부터 부산스럽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숲속의 그 수많은 교향악단원 가운데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름을 알 수가 없다. 산야에 피는 꽃과 나무는 식물도감 등을 통해 「독학」이 가능한데 새소리는 그게 안된다. 애들이 따라왔더라면 무슨 새소리냐고 물었을텐데 안데려오길 잘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면 좋을텐데 우리의 학교 교육에서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교교육에 생각이 미치면 언제나 화가 난다. 웬 숙제는 그리많은지(아이들이 숙제로 얼마나 신음을 하고있는지는 6일자로 발매된 주간한국에 잘 나와있다). 과외를 서너가지씩 안하면 경쟁이 안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자연과 가까워질 시간이 없다.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살찌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들게만 하는 것은 아닐까.

붉은병꽃나무 꽃이 피어나는 오솔길을 따라 집에 돌아왔더니 아이들이 아직도 자고있다. 아이들방의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소리쳤다. 『빨리 일어나서 아침공부 안할래!』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 학부모다. 어린이날에도 같이 놀아주지 못하고 출근한 주제에 큰소리 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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