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취재 자제 요청5일 영국의 각 언론사 편집국장들은 뜻하지 않은 편지 한통을 받았다. 『자녀를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키우고 싶으니 사려깊은 당신의 따뜻한 배려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앞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야 할 가족의 사생활을 걱정한 나머지 『아이들 만큼은 좀 봐달라』는 일종의 「탄원서」를 언론사에 보낸 것이다.
블레어 총리는 이 편지에서 『가족이 세인의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아직 어린 학생인 세 아이들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하도록 등·하교길 같은 곳에서는 취재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또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사진기자들의 취재대상이 될 경우에도 현명하게 접근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러나 행여 언론의 오해가 있을까봐 『총선기간에 보여준 관심과 사랑에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잊지 않았고, 『이런 편지를 보낼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말 못할 고민을 이해해 달라』는 애틋한 부정도 함께 써보냈다.
그의 부인 셰리 부스는 이미 먼저 언론으로부터 한방 얻어 맞았다. 총선승리직후 런던 이슬링턴 자택에서 축하 화환을 전달받던 중 느닷없는 플래시 세례를 받았던 것. 당시는 이른 새벽 시간이었고 셰리는 온몸이 훤히 비치는 슬립(속옷) 차림이었다. 조만간 변호사 업무를 재개할 셰리도 경호 등을 위해 언론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아야 할 입장이다.
블레어는 역대총리부부가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오랜 전통을 깨고 온 가족이 함께 총리관저에 살기로 했다. 편집국장에게 보낸 편지는 이같은 「파격」이 가져올 불편을 덜어보자는 뜻에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날 다우닝가로 실려온 총리가족의 이삿짐에는 축구공 박스, 커다란 곰인형, 컴퓨터, 산악용 자전거 등 유안(13) 니콜라스(11) 캐서린(9) 세자녀가 갖고 놀던 장남감 등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블레어 총리가 록 밴드 단원시절 가장 애지중지했던 기타와 기타케이스, 확성기 등과 함께.<황유석 기자>황유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