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갈수록 줄어 세일해야할 판정부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추진 등 금융개혁방안이 구체화함에 따라 금융기관의 진입장벽이 무너지게 되면서 금융기관을 매매할 때 붙어다니던 프리미엄이 폭락하고 있다. 여기에 자금시장 경색으로 시장의 구매력마저 떨어져 경영 합리화차원에서 계열 금융기업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모기업들이 프리미엄은 커녕 바겐세일을 해야 할 판이어서 속을 태우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금융권 기업의 경영권 내지는 인허가 프리미엄이 400%까지 형성됐었지만 정부의 금융개혁안이 구체화한 이후에는 프리미엄을 이야기하기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기업이 금융기관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자본차입이 불가피한데 현재 금융시장 상황으로는 이것이 힘들기 때문에 수요가 더 더욱 떨어져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보 진로 등에 대한 대형 부실여신에 따른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자회사인 일은상호신용금고와 제일창업투자를 매물로 내놓은 제일은행은 7일과 13일 두 회사에 대한 입찰설명회를 갖는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과연 이 두 기업을 제값에 팔 수 있을지 고민이다. 제일은행은 3년전 일은증권과 일은 상호신용금고를 거액의 프리미엄을 붙여 3,500억원이라는 거액에 사들였었다. 하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프리미엄은 커녕 당시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도 매매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서울은행 역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서은투금과 서은리스에 대한 매각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신전문기관 설립이 인가사항에서 등록사항으로 바뀌면서 굳이 이들 기업을 인수해야 할 유인요건이 사라져 매각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은행이 불과 4년전 당시 장부가격 293억원이었던 대한증권을 1,756억원에 교보에 매각, 실제 자산가치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프리미엄을 얻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93년초 부국상호신용금고와 한성상호신용금고 매각을 시도했으나 가격이 너무 높아 원매자가 엄두를 못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격이 93년보다도 떨어졌다고 판단, 매각방침 자체를 보류한 상태이다.
공개적으로 매수자를 구하고 있는 이들 금융사 외에도 신용금고 종금 증권사에 이르기까지 금융기관 보유기업들이 원매자를 물색중이지만 역시 급격히 떨어진 가격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H종금사의 기업금융 책임자는 『현재 매각을 의뢰받은 신용금고가 2∼3개 있지만 당초 구매의사를 밝혔던 측에서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태도여서 거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H종금사의 한 임원은 『이처럼 금융기업들에 붙어있던 가격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은 인위적인 시장통제에 따라 각종 금융기관이 세분·난립화했던 구체제가 재편되면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현상』이라고 지적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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