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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동법/노사관계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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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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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금 해제·3제 도입 노사관계 지각변동이 온다/정리해고·변형근로·대체근로에 근로자는 불안하고 기업은 복수노조·정치활동·3자개입에 대응 분주…/새 룰에 따른 ‘운영의 묘’가 절실하다1997년 3월10일 새 노동법의 탄생. 우리나라 노동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은 여당의 날치기와 노동계 총파업의 험한 파도를 넘어 마무리됐다.

복수노조금지, 노조 정치활동금지, 제3자 개입금지 등 「3금」의 해제와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대체근로제 등 「3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새 노동법은 노사관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무노동 무임금」의 명문화와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도 노사 관행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2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정리해고제도 지난해 대형사업장에서 불기 시작한 명예퇴직 바람과 맞물려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을 부채질했다. 「종신고용, 평생직장」의 오랜 관행이 무너진 대신 조기 퇴직 신드롬이 밀려 들고 있다. 노동환경 변화에 못지 않게 커다란 변화를 앞둔 것은 노동계. 8개월에 걸친 노동법 개정 논의에서 노·사·정의 격렬한 의견 대립을 빚었던 복수노조가 우선 상급단체에 허용되면서 노동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조직원이 50여만명에 달하면서도 법적 실체를 인정받지 못한 민주노총이 제도권 내에 활동 공간을 마련하게 된 것. 재야조직 특유의 단단한 조직력을 보여 온 민주노총은 법 테두리 안에서의 위상 재정립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민주노총은 6일 노동부에 정식으로 설립 신고를 한 상태. 노동부는 권영길 위원장이 현직 노동자가 아니고 전교조 등 불법조직을 포함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임원진과 산하조직의 개편이 없는 한 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현재의 모습대로 설립 신고를 관철한다는 의지여서 첫발부터 한바탕 승강이가 예상된다.

노조자립기금 조성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으나 2002년까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한 규정도 노조 환경을 크게 바꾸었다. 자금원이 충분한 대기업 노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존립근거를 위협받게 됐다.

우리나라 노조의 평균 조합원수는 230명 안팎. 광운대 법대 윤성천 교수는 『평균 규모의 노조는 회사측이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한국노총이 2001년까지 전임자 임금의 10배를 노조자립기금으로 적립할 것을 올해 단협 모범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기업은 노조 전임자 수를 줄이고 임금지급폭도 줄이는 쪽으로 단협 개정을 요구, 벌써부터 날카로운 대립 국면을 보이고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어 조합을 지원할 만한 활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과제를 노조에 안겼다. 최대열 한국노총 홍보국장은 『노조가 존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공세와 사측의 수세로 나타났던 교섭행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업 등 극단적인 노사대결 양상도 줄어 들 전망이다. 새 노동법이 사업장과 생산시설의 점거를 금지하고 파업시 부분적인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등 파업의 「힘」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임단협 교섭을 시작한 서울지하철 노사는 변형근로제를 놓고 심각한 의견차를 드러내고 있지만 노조측은 마땅한 대응책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새 노동법상의 「월단위 특정주 56시간 한도 변형근로제」를 단체협약에 못박자고 요구했고 노조는 『연장근무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변형근로제는 변칙적인 임금삭감 수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성천 교수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도 파업, 사업장 점거 등의 극단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출근을 거부하는 출근 투쟁, 시민들에게 직접 노조입장을 홍보하는 등 선진국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새 노동법으로 유연해진 고용시장에 걸맞는 탄력적인 인력정책 마련 ▲5년 뒤 단위 사업장에까지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노동자들과의 대화채널 일원화 ▲노·사 공동교섭 확대 등 새 노사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중이다. 또 복수노조 시대의 노사관행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사관행개선위원회 등을 설치, 활동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개정 노동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사용자측』이라며 기업이 고질적인 대노조 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새 노동법의 취지는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영자가 합리적인 경영정책과 노동자에 대한 친화력을 갖추지 않고 새 노동법을 근거로 변형근로, 정리해고 등 고용 조정의 칼만 멋대로 휘두를 경우 노사간의 해묵은 감정 싸움은 재연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김경화 기자>

◎복수노조 허용에 노동계 이합집산/공공부문 중심 제3노총 가능성도

개정 노동법이 산별 노조연맹 등 상급단체 복수노조를 허용함에 따라 산별 노련과 사업장마다 이합집산이 활발하다.

3월28일 한국자원재생공사 태릉선수촌 한국마사회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4개 노조가 한국노총 산하 연합노련에서 떨어져 나와 공공서비스노련을 출범시켰고 1일에는 민주노총 산하에 전국농협노조가 새로 발족했다.

민주노총 산하 민주화학노련 화물운송노련 시설관리노련 자동차노련 등 4개 노조연맹도 최근 설립신고를 마쳤다. 조직원이 8만9,000여명에 이르는 민주노총 산하 최대규모 단체인 민주금속연맹은 설립신고를 앞두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산별 노련에서 떨어져 나온 제2의 노련이 민주노총 산하에 들어가면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한국노총 산하 택시노련과 택시노련에서 독립, 오는 20일 민주노총 산하 단체로 공식 출범하려는 민주택시노련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11만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던 택시노련은 민주택시노련이 3만여명의 조합원을 데리고 이탈하려하자 『9월부터 사납금 폐지, 완전월급제실시로 생계유지를 위한 월급확보를 위한 투쟁이 중요해 지는데 조직이 분열되어서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택시노련 이은규 노사대책부장은 『택시노련은 단일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만 구성된 거대 조직』이라며 『민주택시노련이 공식출범 하면 앞으로 재정은 물론 투쟁력 손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택시노련은 『양측의 노선차이가 분명하고 앞으로의 투쟁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복수노조 설립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최윤수 조직부장은 『92년 총파업 투쟁 이후에도 임금 등 노동조건이 계속 후퇴해 택시노련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쌓여 왔다』며 『완전월급제 등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우리쪽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부장은 『소수가 떨어져 나와 활동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들 하지만 택시노련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기존 금융노련과 경쟁을 펼칠 민주금융노련이 출범했다. 민주금융노련에는 한국은행 동남은행 동화은행 한미은행 보람은행 등 6개 국내 은행노조와 36개 외국은행노조, 전국상호신용금고노조 등 43개 노조 1만3,000여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상반기내에 호텔 버스 섬유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산별연맹이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사업장 노조의 연합체 성격인 현재의 연맹 형태 상급단체를 전국적 산별노조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신설될 중간·영세규모 사업장 노조를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산하 화학노련은 최근 현재의 연맹체제를 전국적 산별 노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은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복수노조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최대열 홍보국장은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4%에 불과한 수준』이라면서 『서로의 땅뺏기 싸움이 아니라 새로운 조직을 늘려 나가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한국노총의 대처방안』이라고 말했다. 최국장은 제3의 전국조직 출현 가능성에 대해 『제3, 제4의 조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공공부문 노조가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또 『같은 운전직 노동자라도 택시노동자는 택시노련에, 화물트럭노동자는 화물운송노련에, 버스노련에 소속돼 있는 것 처럼 업종별 분할이 심한 노조는 제3의 전국조직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상연 기자>

◎부천소재 한 중기의 경우

경기 부천·시흥공단에 있는 W화학. 자동차 시트나 양장 안감 등에 쓰이는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직원 103명 규모의 이 중소기업에도 새 노동법의 영향이 밀어 닥치고 있다. 노동법 총파업을 거치는 동안 사측의 폐업 통보, 노조위원장 사퇴 등의 사태가 잇따라 7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이 30명으로 줄었다. 조직율이 떨어진 가운데 시작된 임단협에서 노조는 개정 노동법의 「힘」을 실감하게 됐다.

노조측은 『회사에서 노조전임자를 2명에서 2분의 1명으로 축소하고, 단체협약에 2002년 전임자 임금 지급 중지 조항을 미리 넣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힘겹게 운영해 온 노조에 활동 포기를 선언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사 연표

1945 8월15일 8·15해방

11월15일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결성

1946 3월19일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대한노총) 결성

7월23일 노동부 설치

1953 노동3법 공포

1960 11월2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련) 결성

1970 7월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11월13일 전태일 분신

1979 8월 YH여성노동자 신민당사 점거사건

1980 4월21일 동원탄좌 사북사태

1987 6월29일 6·29민주화선언

1988 4월1일 남녀공용평등법 시행

6월5일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전노협) 결성

1991 12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1994 11월 민주노총 발족

1996 노사관계개혁위원회 발족, 노동법 개정 착수

1997 3월10일 개정노동관계법 탄생

복수노조 허용,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무노동무임금 변형근로제, 정리해고제(2년

유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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