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꿋꿋하게 달려온 지난 세월,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해냈다. 전쟁의 폐허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고 보릿고개의 설움을 허리띠 졸라매며 극복,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우뚝 일어섰다.그런데 오늘 우리의 현실을 어떠한가. 이제 겨우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섰는데 소비는 마치 3만달러 수준에 이른 것 같은 착각속에 빠져 헤어날줄 모르고 있다.
외채 1,400억달러, 경상수지적자 2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속에 우리 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어음부도율이 사상 최고에 이르고 하루평균 3,000명의 실업자가 생겨나며 저축률이 5년째 하락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같은 객관적인 지표보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며, 더욱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의지의 결집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이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에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조금 잘살게 됐다고 해서 옛날을 잊어버린채 나태와 자만에 빠진 국민의식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너도나도 중산층이라는 자기도취와 허영심, 「내가 번돈 내가 쓰는데 무슨 간섭이냐」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따른 무분별한 과소비와 사치낭비 풍조가 만연하면서 피땀으로 일군 우리 경제가 일대 시련을 겪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냥 주저 앉을 수는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경제정책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국민적 각성과 의지의 결집이다. 지난날 잘살아 보자는 일념으로 숨차게 달려온 한국인, 이제야말로 형광등 하나로 두방을 밝히던 시절, 옷 한벌로 온 형제가 물려 입던 때를 뒤돌아보며 진지하고 겸허한 자세로 우리 모두의 결집된 힘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할 때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빚이 많으면 파산할 수 밖에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좁은 땅, 부족한 자원속에서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근검 절약정신을 생활화하는 길 뿐이다. 소비와 저축은 양면성이 있지만 당면한 경제난을 극복하고 이 나라를 구하는 길은 저축뿐이다. 지금으로부터 90년전 「국채를 상환하여 주권을 회복하자」며 촌로와 아낙네, 봇짐장수까지 참여했던 국채보상운동은 우리민족의 강인한 결집력을 보여준 쾌거였다.
그래서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던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되살려 「경제살리기 국민저축운동」을 제창하고, 『300만 새마을 가족이 월 3만원씩 3년 예금하여 3조원을 저축하자』는 「3·3·3·3 운동」에 새마을 운동의 총역량을 결집하여 범국민적인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새마을운동 초창기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주부들이 밥지을 때 쌀을 한줌씩 항아리에 따로 모아 마련한 마을기금으로 마을 숙원사업들을 훌륭하게 해낸 경험이 있다. 지금 책임소재를 따지거나 누구 탓만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우리 모두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한강물이 아무리 많아도 전국토를 적시지는 못한다. 그러나 힘없이 내리는 듯한 이슬비는 온 대지를 적시고 새 생명을 잉태하듯 국민 각자가 분별력있는 소비생활을 한다면 당면한 경제난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사치하지 말자」 「과소비하지 말자」는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있는 것을 아껴쓰고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는 절제력있는 행동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긴 역사의 눈으로 볼 때 지금 우리는 단군이래 그 어느 때보다 국운 상승기이며 민족 융성기를 맞고 있다. 우리에겐 나라가 어려울 때 마다 전국민이 분연히 일어나 극복해낸 국민적 저력이 있다. 지금 조국은 다시 한번 한국인 특유의 인내와 땀을 요구하고 있다. 꿈이 있는 민족에게는 희망이 있으며, 희망이 있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있다. 우리에겐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정신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신명나게 일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온 새마을 운동의 값진 경험이 있지 않은가. 팔을 걷어 붙이고 21세기 위대한 한국을 향한 우리 모두의 의지와 열정을 모아 신명나게 다시 한번 뛰어보자.<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회장>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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