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약속 영토 3/4 점령자이르 반군 지도자 로랑 카빌라(56)가 수도 킨샤사 입성을 코앞에 두고 노련한 정치지도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투치족들이 주축이 된 「콩고―자이르 해방민주세력연합(AFDL)」을 이끌고 대장정에 오른 뒤 영토의 4분의 3을 점령, 대세를 장악한 카빌라는 이제 「후투족난민 대량 학살자」 「외세의 앞잡이」라는 국내외 비난에 대해 새로운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카빌라는 자신이 자이르 남부 후투족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 이번 내전이 「종족분쟁」이 아니라 30여년에 걸친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산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점령지마다 민주적 자치기구를 설치하고 AFDL군의 약탈행위를 철저히 통제, 주민들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
그는 또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의 집권기간에 중단된 자유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약속,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낀 주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카빌라가 4일 모부투 대통령과의 첫 대좌에 응한 것도 이같은 명분축적의 한 과정으로 분석된다. 이 자리에서 카빌라는 모부투의 즉각 사임과 반군 AFDL의 단독 정부구성안을 강력히 고수했다.
하지만 그는 모부투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AFDL 이외 모든 정당활동을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독재자의 등장에 불과하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64년 23세때 사회주의혁명을 기도했다가 65년 모부투의 쿠데타로 동부 산악지대로 쫓겨났던 그가 약속한대로 자이르의 민주화를 실현할 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최서용 기자>최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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