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을 돕기 위한 모처럼의 남북적십자간 실무접촉이 결렬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 두 차례의 베이징(북경)접촉은 꽁꽁 얼어붙은 당국자간의 대화를 대신할 창구로서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굶주리는 북녘 동포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마련이 기대됐었다.이번 베이징접촉의 결렬은 적십자사 본래의 성격과 역할을 뛰어넘는 북한측의 주장 때문이어서 지극히 안타깝다. 즉 2차 접촉에서 북한이 남측에 식량 등 지원할 품목과 규모 및 인도시기를 먼저 확약을 요구한 것은 무리하기 짝이 없다. 또 한적안에 의한 대북지원창구를 완화, 개방하라는 주장은 남의 대북혼선을 노린 것이라 하겠다.
이에 한적대표가 적십자사는 민간의 기탁을 받아 각종 물품과 구호품을 전달하는 단체로서 지원품목과 규모·시기를 확약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 것은 당연하다. 대신 지금까지 국제적십자연맹(IFRC)을 통해 전달한 400만달러 상당의 구호품 외에 현재 기탁받은 35억원어치의 식량을 즉각 전달하는 한편 앞으로는 기탁받는 즉시 전달하고 민간의 대북지원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차원의 추가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것은 적십자사로서는 최선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백용호 북측대표가 「남북한간에는 이미 서로 돕는 좋은 선례가 있다」고 한 것은 84년 서울수해때 북한의 쌀·옷감·시멘트·의약품 등의 지원을 상기시킨 얘기였다. 당시 남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적십자정신에 따라 흔쾌히 받았었던 만큼 북측도 이 정신에 따라 마음을 열 경우 지원의 봇물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북한의 재고 식량이 6만톤에 불과하다」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우울한 보도속에 미국하원 국제관계위의 대북식량 지원에 관한 결의는 북한을 압박할 게 틀림없다. 동위는 지난주말 통과한 「외교정책개혁법안」에서 한국정부가 반대 않고 군량미로 전용하지 않으며 군량미를 식량난 해소에 쓰는 등 5개항의 준수때만 지원하도록 규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하원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북한으로서는 일대타격이 될 것이다.
북한지도부는 닫힌 문을 열어야 한다. 주민들이 굶주리고 또 굶어죽는다면 체제의 궤멸붕괴는 분명하다. 억지를 거두고 남측의 제의는 물론 모든 대소지원제의에 대해 선뜻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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