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의 입을 통해 인간·삶을 풍자/카바레음악·풍자연기 등 ‘우리식 어법’러시아식 장터연극을 보자. 10일 호암아트홀에서 개막되는 「홀스또메르」(극단 유)엔 단 몇명의 사람과 20여 「명」의 말이 등장한다. 개막을 앞둔 호암아트홀 연습실은 말의 투레질, 바이올린과 아코디온의 집시풍 노래, 배우들의 땀이 뒤섞여 있다. 첫 연습은 경마장에서 시작됐다.
원작은 톨스토이. 그러나 대가의 무게에 짓눌림은 없다. 「산다는 게 뭔가」라는 문제의식이 카바레음악과 풍자적 연기 등 우리네 장터에서 봄직한 형식과 화해롭게 만난다.
주인공 홀스또메르(유인촌 분)는 얼룩무늬 때문에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주인으로부터 천대받는 불우한 말. 그러나 「마포 재는 사람」이란 뜻의 이름처럼 삼베 두루마리를 펼치듯 빠르게 달리는 진가를 숨기고 있다. 그는 자신을 알아주는 공작(송영창 분)을 주인으로 만나 그나마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지난 삶을 회고한다. 『왜 인간들은 「내 땅」이라며 땅은 밟아보지도 않고 「내 여자」라면서 그녀를 괴롭히는 거지?』 존재와 구분되는 소유본능을 풍자하는 대목이다.
홀스또메르의 흥망과 공작의 성쇠가 병행되는 이중구조를 통해 인간과 짐승의 삶이 대비된다. 첫 대극장 무대에 서는 방은진은 홀스또메르를 배신하는 암말, 공작을 버리는 프랑스인 연인 등 1인3역을 맡아 극의 이중구조를 넘나들며 극적인 효과를 낸다.
10여년 전부터 이 작품의 무대화를 꿈꿔 온 연출자 이병훈은 『소박하면서 깊은 의미를 지닌 톨스토이의 예술미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인간을 쫓아내고 스펙터클만 남긴 무대에서 말의 입을 통해 인간을 만나보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6월12일까지 평일 하오 7시30분, 토일 하오 3시30분 7시30분. (02)3444―0651∼4<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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