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이다. 해맑은 5월 하늘아래 어린이들의 손목이라도 잡고 나서면 가족의 끈끈한 정이 되살아 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이 들어 있는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지만, 이를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가정을 이끌고 나가야 할 가장들은 유행병처럼 번진 「명퇴」와 실업 등으로 어깨의 넓이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자연히 가정은 활력을 잃어 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는 부모들대로 방황을 하고 있다. 그만큼 가족간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진 것이다.
가정은 사회의 보편적인 기본단위로 구성원의 다시없는 안식처다. 교육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지쳤을 때 어루만져 주고 재생산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도 바로 가정이다. 건전한 가정이 건전한 사회로 연결되고 나아가서 나라의 주춧돌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이같은 가정의 원리는 낡아빠진 것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속에 싹터온 갖가지 가치관이나 전통문화도 그 모습을 흐리고 있다. 요즘 우리사회에 분출되고 있는 갖가지 사회문제의 근본원인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가정이 해온 역할을 사회나 국가가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가족의 정보다는 조직이나 형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정은 안식처라기 보다는 머물다 가는 하숙집처럼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구성원간의 대화가 줄어들고 가족의 정이란 끈을 확인할 기회가 적어졌다. 「가정의 사막화」란 검은 그림자가 점점 그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황금만능주의 심화와 함께 인구의 고령화는 빨라지고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이혼율도 높아지고 있다. 맞벌이로 부모와 가정의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가족의 정을 모르고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붕괴의 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정문제는 가정차원을 벗어난지 오래다. 한 가정이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너무나 커져 사회전체가 이에 대처해야 할 정도가 돼버렸다. 선진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더이상 이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늦기전에 우리의 「가정」을 복원시켜야한다. 이를 위해 모두가 가정의 구성원이란 의식부터 가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살을 붙이고 비비면서 가족간의 어려움을 서로 어루만져 주며 살아가던 우리 전통가족제도의 따사로움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노력을 거듭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즉 보다 크고 많은 관심과 대화로서 가족간의 고리를 찾아 나가야만 한다.
정부도 제도로서 가정복원을 지원할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족제도의 장점이라고 할 효사상을 고취시키고 맞벌이 부부가 자녀와 보다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실천에 바탕을 둔 종합대책을 마련,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같은 정부의 대책은 우리의 삶의 발판이라고 할 가정이 붕괴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인식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