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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대전/3차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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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대전/3차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입력
1997.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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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인터넷,작전주역은 해커/전산망에 침투한 적에 맞서 정보전사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대테러SW ‘노봇’과 논리폭탄이 발사된다2000년 1월1일 0시 미국 국방부 지하 벙커의 컴퓨터 상황실에는 긴급 메시지가 타전되고 있다. 「비상경보, 정체불명 해커 국방전산망 침입, 핵무기 발사코드내장 바이러스 유포 중」 컴퓨터상황판에 메시지가 표시되자 정예 해커들로 구성된 국방성 소속 비공식 특수부대인 「정보전사」들은 일순 긴장감에 휩싸인다. 「뉴욕-LA간 전기·통신선 마비, 국방전산망 작동불능, 핵무기 통제상실, 은행간 전산거래 올 스톱」

전국 각지에서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메시지가 분초를 다투며 들어오자 국방성의 분위기는 긴장감을 넘어 공포로 변한다. 「데프콘3」가 발효되고 정보전사들은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한다. 바이러스 격퇴용 대테러 소프트웨어 「노봇(KNOWBOT)」을 전격 투입한다. 해커 컴퓨터파괴용 논리폭탄도 발사하는 등 정보전사들의 손놀림이 민첩해지면서 군수뇌부들의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흐른다. 2시간 후 노봇이 로스알라모스 핵무기연구소의 전산망에서 마지막 바이러스를 퇴치하자 정보전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린다.

비슷한 시각, 워싱턴인근 미 국가안보국(NSA) 정보국상황실은 한반도에서 날아든 1급 메시지로 발칵 뒤집힌다. 한국의 국가전산망을 통해 한미간에 작성된 1급비밀들이 흘러나가고 있음을 파악한 정보국은 즉시 백악관에 긴급통신을 보낸 후 추적에 나선다. NSA소속 정예 암호전문가들의 숨가쁜 추격전이 시작된 지 3시간 후 유럽 한복판 독일 뮌헨의 컴퓨터해커가 정체를 드러낸다.

이같은 상황은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가공의 현실이 아니다. 미국방성에서 「정보전사(IPTF)」들이 21세기 정보전에 대비해 벌이고 있는 실제 훈련상황이다. 정보전사들은 96년 7월 클린턴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NSA,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에서 정예해커들을 엄선해서 구성됐다.

제3차 세계대전, 정보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전은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하는 재래식 전투와는 달리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인터넷을 무대로 강력한 바이러스를 퍼뜨리거나 역정보를 흘려 상대국의 교통·통신·군사정보망을 교란하는 미래형 전쟁. 선진 각국은 21세기 정보전에 대비, 국가적으로 사활을 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미 국방성 정보전담당 정책보좌역 존 아길라(미 해군사관학교 교수)씨는 『미 정부는 지난 수십년동안 전투기 등 재래식 무기를 만드는데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며 『정보전 시대에는 소수 정예 해커와 정교하게 제작된 해킹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전의 무대는 인터넷. 작전수행의 주역은 해커. 하지만 정보전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 정예의 해커 양성에 착수한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민간 해커를 통해 항공·우주나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빼돌리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89년 3월 일망 타진된 독일(구서독) 컴퓨터 스파이 사건인 「뻐꾸기의 알」이 대표적인 사례. 구소련 KGB의 사주를 받은 독일 대학생 5명이 인터넷을 이용, 미항공우주국(NASA) 등 주요 시스템에 침입해 4년동안 군사기밀을 빼내고 마약 등을 대가로 받은 사건이다.

최근 발표된 미 국방성의 정보전 현황분석에 따르면 미국방전산망에 침투한 해킹 건수는 94년 255건, 95년 559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99년에는 1만3,000여건으로 급증, 2000년대는 해킹을 이용한 정보전이 심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보전의 최대 화두는 암호화기술. 전산망의 접속암호를 파괴한 해커라도 보관중인 정보가 암호로 돼있으면 정보를 빼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호기술은 국가보안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은 NSA 산하에 수천명의 수학자들로 전산망보안센터(NCSC)를 구성하고 암호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72년 58비트 암호기술인 「DES」를 개발, 암호표준으로 사용중이다. 10의 17승에 달하는 어마 어마한 숫자조합을 이루고 있는 이 기술은 보안성이 높아 현재 여러나라에서 자국 실정에 맞게 수정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 암호를 채택한 나라의 모든 정보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쉽게 빼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우 한국정보보호센터 원장은 『미국은 이보다 훨씬 높은 단계의 암호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58비트급 이하의 암호만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속에 유럽국가들은 최근 민간주도로 DES를 대체하는 IDEA를 독자 개발, 맞대응하고 있다.

해커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을 옮겨 다니며 정보를 빼내거나 파괴하는 「노봇」의 개발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립연구센터(CNRI)가 개발중인 노봇은 인터넷을 누비며 가상 적국의 전산망에 침투, 시스템 접속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순식간에 시스템을 파괴하는 일종의 컴퓨터 바이러스. 재래식 군인을 대신해 노봇이 21세기 정보전을 이끌 유일한 용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정보보호학회 이만영 회장은 『앞으로 국가의 경쟁력은 정보와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암호기술확보에 달려있다』면서 『우리도 정보전에 대비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김광일·홍덕기 기자>

◎미 암호기술의 메카 NSA

미국 워싱턴인근에 위치한 국가안보국(NSA)은 40년대 트루먼 대통령이 국방성 산하에 설립한 비밀 기관이다. NSA는 「그런 기관은 없다(No Such Agency)」, 「아무 것도 말하지 말라(Never Say Anything)」로 해석될 만큼 모든 것이 철저한 베일에 가려져 있다. NSA의 역할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외국과의 교신내용 도청과 암호해독.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암호기술을 앞세워 지구촌 곳곳의 모든 정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려는 미국의 야심을 구현하는 임무를 극비리에 수행중이다. 미국이 NSA에 얼마나 지대한 관심을 쏟는 지는 NSA의 규모와 운영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NSA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학자를 보유하고 있고 암호전문 석·박사만도 수천명에 이른다. 연구비는 천문학적인 규모로만 알려져 있다.

NSA가 어느정도 극비로 운영되는 지는 암호관련 핵심반도체를 세계 최고수준인 모토로라나 TI 등 자국내 기업조차 완전 배제한 채 자체 공장을 통해서만 조달하고 있는 점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NSA는 세계 어느 시스템이든 지 침투할 수 있으나, 어느 나라의 기술도 NSA의 암호체계를 깰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전국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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