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학년도 대학입시요강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대학의 독자기준에 의한 일반전형·특별전형이 늘어나고 특기자 전형분야가 확대되면서 모집인원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획일적 선발을 지양, 소질과 적성을 살려 인재를 고루 육성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신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이다.그러나 우려되는 점도 있다. 독자기준에 의한 일반전형의 경우 31개대에서 66개대로 2배 이상 증가, 선발기준의 객관성과 선발과정의 공정성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된다. 각 대학의 기준은 국가·사회의 요구와 시대변화를 반영하고 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자신의 특기를 밝히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면접만으로 선발하거나 각종 국가고시 합격자를 우대하는 대학도 있다. 일부 대학은 일반전형의 특차기준과 차이없는 수능고득점자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봉사 ○○○시간 이상자」, 「회장 반장출신」 등에 대한 우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교육부가 해당분야만 정해주고 대학별로 기준을 정하게 한 특기자전형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년보다 7배 가까이 많은 27개대가 도입한 학교장추천제도 기준이 자의적이고 애매해 일선 고교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사립대가 주도하는 「이색전형」, 「튀는 전형」은 기업경영논리와 홍보전략의 소산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립대에서는 아직도 학교공금 횡령 등 지탄받을만한 일이 벌어져 애매하고 비상식적인 기준이 부정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명분이 그럴싸 하더라도 실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잦으며 명과 실이 다른 것이 우리사회의 고질 아니던가. 이미 97학년도 입시에서 선행·효행자를 특별전형하는 문제로 소송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특차모집대가 107개로 늘어나 전체의 26%인 7만9,223명을 모집키로 한 것도 교육적 필요보다는 우수학생을 확보해야 한다는 기업경영논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턴가 우리 대학사회에서는 이처럼 기업경영논리가 교육논리를 압도하고 있다.
학생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한가지 문제다. 학생부 반영률은 평균 8.34%로 전년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각 대학이 1단계는 수능성적으로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다단계 전형을 다투어 도입함으로써 학생부의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9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고사와 학생부의 실질반영률을 대폭 높이겠다고 한 교육부의 방침과도 어긋난다.
대학입시의 궁극적인 모형은 이미 85년에 교육개혁심의회가 제시한대로 「대학별로 전형제도의 특성을 살려 일정기간에 걸쳐 수시로 필요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모형을 향해 이행하는 과도기로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학생선발방식의 다양화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어떤 제도이든 도입에서 기준설정, 실제운용에 이르기까지 교육논리가 몰각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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