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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나며 쓴 일기가 책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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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나며 쓴 일기가 책이 됐어요

입력
1997.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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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정성들여 쓴 초등생 종민의 진솔한 생각/“어린이날 최고 선물이에요”함종민(10·부천시 창영초등 3년)군은 이번 어린이날에 누구도 받지 못한 선물을 받았다. 2학년때 쓴 일기와 그림을 모은 책 「종민이는 날마다 혼난다」가 때맞춰 출판된 것이다.

『쓰기 싫은데 억지로 쓴 적도 많았고 일기를 빼먹었다고 엄마에게 야단을 맞기도 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너무 신나요. 내 일기를 남들이 본다고 생각하면 창피하기도 하구요』

「일기쓰기가 좋은 글짓기공부」라는 생각에 매일 일기쓰기를 시켜온 엄마 정주영(34)씨는 『일기쓰기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책을 내줄 결심을 했다. 잘 쓴 글도 있고 못 쓴 글도 있지만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타자를 직접해서 출판사에 맡겼다』고 설명한다.

정씨가 종민이의 글쓰기지도를 하기 시작한 것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주위의 비슷한 또래 어머니들과 모임을 만들어 돌아가며 동화를 읽어주고 쓰기를 가르쳤다. 『처음에는 한 문장씩 쓰도록 했죠.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1학년 1학기가 끝나면서부텁니다』 정씨는 일기를 꾸밈없이 솔직하게, 보고 느낀 점을 꼼꼼히 쓰도록 시켰다.

그래서 종민이 일기에는 동생과 싸운 일, 엄마에게 야단맞은 일등 부끄러운 일들도 많다. 반장선거에서 떨어져 속상했던 일, 외갓집 강아지가 차에 치여 죽은 일등 「큰 사건」 외에도 베란다에 키운 딸기가 열매를 맺은 일, TV뉴스에 나온 강도사건 등 다양한 소재가 일기장에 등장한다.

『일기검사를 하면서 나자신도 반성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때는 「엄마가 너무 화낸 것같아 미안하다」고 메모를 남겨두기도 하지요』 일기장은 종민이와 정씨의 대화창구이기도 하다.

종민이는 5, 6줄의 일기쓰기에도 1시간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글이 그 나이치고는 반듯하고 깊다. 「아빠가 나를 불러서 이제부터 1주일동안은 내가 할 일을 전부 내 스스로 하라고 하셨다. 단지 밥 세끼만은 엄마가 주실 거라고 하셨다. 그것도 밥을 차린뒤 10분만 지나면 치워버릴 거라고 하셨다. 그런 식으로는 사흘도 못 견딜 것같은데 큰일났다. 뒷일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방송위원회 홍보부장인 아빠 함상규(40)씨와 「부천YMCA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 회장인 엄마 정씨는 종민이를 매일 혼낼 만큼 엄격한 편이다. 『요즘은 아이들 기세워준다고 야단도 치지 않는다는데 우리 애들은 야단을 너무 많이 맞아서인지 소심한 것같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래도 종민이는 3학년이 되면서 『「뻐기지 않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워 반장에 당선됐다』고 자랑이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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